국회가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탄소중립기본법(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개정 중인 가운데, 관련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040년·2045년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단일 수치가 아닌 ‘범위 형태’로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40년까지 몇 % 감축’처럼 하나의 목표치를 못박는 대신 ‘몇 %에서 몇 %까지 감축’과 같이 유연하게 설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초기에 온실가스를 빠르게 줄이는 ‘오목 경로(조기감축안)’와 매년 일정한 속도로 줄여나가는 ‘선형 경로’를 탄소중립기본법 안에 동시에 담을 수 있게 된다. 시민 공론화 과정에서 나온 요구와 산업계의 주장을 일정 부분 함께 수용하는 절충안인 셈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5일 본지에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도 현실적인 상황(산업계 탈탄소 여건)과 기대 수준(온실가스 감축 요구) 사이 간격이 있어 결국 범위 방식으로 설정됐다”며 “2035년 목표가 범위 형태로 설정됐으니 2040년, 2045년 감축 목표도 단일 목표(수치)로 가기보단 범위 방식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외적으로 공개되진 않았지만 기후부에서 실무적으로 검토하는 안이 있고, 감축 목표를 범위 형태로 설정하는 방식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는 기후위기특별위원회를 재구성하고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을 위한 법안소위원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소위 심사에 들어가기 전 여야 간, 또 국회와 관계부처 사이에서는 물밑 의견 조율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기후부는 이 과정에서 2040·2045년 등 중간연도별 감축목표를 단일 수치가 아닌 ‘범위’ 형태로 법률에 담는 방안을 국회에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11월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현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는 2035년 NDC를 53~61% 범위로 확정한 바 있다. 53%는 2018년부터 매년 동일한 비율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선형 감축 경로를 기준으로 산정된 수치이고, 61%는 초반부에 더 빨리 줄이는 오목 경로를 기준으로 산정된 수치다.
만약 2040·2045년 감축 목표도 범위 형태로 설정될 경우, 마찬가지로 선형 및 오목 경로가 동시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선형보다 낮은 감축 목표를 제시하게 되면 헌재의 헌법불합치 판결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범위 방식’으로 최종 조율이 된다면) 오목과 선형 경로가 동시에 들어가는 형태가 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가 시민 35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론화 설문조사에서는 2031~2049년 온실가스를 초반에 집중적으로 줄이는 ‘조기감축안’에 힘이 실린 바 있다. 반면 산업통상부 등 일부 관계부처와 산업계는 탈탄소 설비 구축 속도와 산업 전환 부담 등을 고려해 매년 일정한 수준으로 감축하는 선형 경로, 또는 그보다 완만한 경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들도 이 같은 입장 차이를 반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박지혜·윤준병 의원안과 진보당 정혜경 의원안 등은 조기감축을 전제로 한 오목형 경로를,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안은 선형 경로를 각각 담았다. 이들 법안은 모두 특정 연도에 ‘몇 % 감축’이라는 단일 수치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기후부가 검토 중인 ‘범위형 목표’는 오목형과 선형 경로를 동시에 담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기존 국회 발의안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실무안인 셈이다.
다만 최종 결정 권한은 국회에 있다. 기후특위 핵심 관계자는 감축 경로를 범위 형태로 설정하는 방안에 대해 “양당에 이견이 있는 내용이어서 지금 단계에서 말하기는 어렵다”고 반응했다.
앞서 헌재는 2050년 탄소중립(인위적 온실가스 순배출량 0)을 달성하기 위해 마련된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2024년8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법률에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2030년까지만 제시돼 있고, 2031~2049년 목표는 누락된 것이 지속적 탄소 감축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