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교육이란 틀에 갇혀 유아 시절부터 다시 학원 ‘뺑뺑이’와 학부모 간 경쟁이 불붙지 않을까 우려됩니다.”(지역 교육 관계자)
경기 성남·이천·시흥·부천에 거주하는 맹모(孟母)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이 ‘경기형 과학고’ 신규 지정을 위한 교육부 장관 동의를 마치면서 4개 학교의 전환·신설이 궤도에 오른 덕분이다.
과학고로 전환되는 분당중앙고와 부천고는 내년 3월, 신설 학교인 가칭 이천과학고와 시흥과학고는 2030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한다. 분당중앙고는 판교 정보기술(IT), 부천고는 로봇, 이천은 반도체, 시흥은 바이오·생명과학 분야와 연계해 운영될 예정이다.
과학고 개교 소식에 도교육청과 정치인, 학부모들은 반색했다. 지역 간 교육 격차를 완화하고, 과학기술을 주도할 인재를 양성한다는 명분이 앞섰다. 인구 1400만이 넘는 경기도에 그동안 과학고(영재고)가 단 1곳에 그쳐 인구 300만명대인 부산·경남·인천이 2곳씩 운영하는 것과 괴리된다는 볼멘소리도 팽배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역에선 과학고 유치가 ‘필승카드’로 인식될 정도였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른바 ‘맹모’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며 부작용을 막을 대책 마련 역시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학교 예정지 인근 아파트 단지의 매매 가격이 들썩일 징후가 엿보이고 관련 학원가와 교육시설, 첨단 연구 인프라가 촘촘히 융합되는 이른바 ‘과학고 벨트’의 밀집이 가시화되면서다.
모집 정원의 20%를 유치에 성공한 시·군 지역 인재에게 할당하는 방식은 당장 다음 달 열리는 입학설명회에 학부모들의 발걸음을 끌어모을 것으로 보인다. 과학고 입학이 우리 사회에선 여전히 성공으로 가는 티켓 중 하나로 인식되는 탓이다.
무엇보다 과학고 설립을 강력하게 견인해 온 도교육청의 수장이 최근 진보성향 인사로 교체되면서, 교육 현장의 패러다임은 큰 폭의 변화와 함께 ‘교육 불평등 심화’라는 새로운 시험대를 마주하게 됐다. 기존 학교를 전환해 내년 3월 문을 여는 학교들에선 혼란도 감지된다.
문제는 속도전이다. 준비 기간이 턱없이 짧은 데다 기존에 입학했던 일반고 재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최소 2년간 과학고 신입생들과 한울타리, 같은 공간에서 수업을 받아야 하는 기형적 동거가 불가피해졌다.
교육과정의 혼선은 물론 학생 간 이질감과 위화감 조성 등 현장의 혼란이 예견되는 대목이다. 더욱이 8월부터 신입생 원서 접수가 시작되면서 학부모와 일선 학교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교사노조와 시민단체들 목소리 역시 가볍지 않다. 우수 학생의 특정 학교 쏠림 현상에 따른 일반고 황폐화는 물론 입시 과열에 따른 지역 사교육 시장의 팽창 조짐 때문이다. 특수목적고 한 곳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면서 발생할 교육재정의 편중 논란도 형평성이라는 공교육 가치를 흔들 수 있다.
교육은 단 한 번의 실패도 용납되지 않는 백년대계다. 교육 정책은 결코 실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지역인재 양성이라는 명분이 독이 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정교한 보완책과 신중한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