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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한·미 양자기술 협력 서두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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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안보·산업의 기반인 양자
美, 범정부 과제로 격상해 대응
韓, 연구보안·기술보호 강화해
동맹 협력 의제로 묶어 접근을

2025년 4월 중국은 서해에서 드론 탑재 양자 자기센서를 실험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이번 양자센싱 실험으로 중국의 해저 영역 인식 역량이 획기적으로 바뀌었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양자센싱이 연구실의 가설을 넘어 실제 해양환경에서 실험되고 있는 단계로 발전한 것만은 분명하다.

미국의 대응은 더욱 빠르다. 백악관은 6월22일 ‘양자 혁신 행정명령’을 통해 양자컴퓨팅, 센싱, 네트워킹의 상용화와 배치를 범정부 과제로 격상했다. 특히 차세대 양자센서 사업을 선정하고, 이의 제조, 상업화, 우주 활용 등을 포함한 5개년 계획 마련과 공급망 구축을 지시했다. 동맹국과 연구 개발, 시장 접근, 기술 보호와 수출 통제 정책도 조율하겠다는 부분도 명시했다.

정구연 강원대 교수·정치외교학
정구연 강원대 교수·정치외교학

많은 사람이 양자기술을 양자컴퓨터와 암호 해독의 문제로만 이해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양자센싱, 양자통신, 양자컴퓨팅이 함께 발전하고 있다. 특히 양자센싱의 경우 군사적 측면에서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잠수함 탐지를 비롯한 수중 해양 감시, 지하 시설 및 은폐 표적 탐지, 항법 및 위치 확인, 전자기 스펙트럼 감시 및 전자전, 무인체계 운용, 미사일 경보, 해양 영역 인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 센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물론 아직 그 기술이 완전한 것은 아니며, 양자센서를 기존 위성, 음향센서, 무인체계, 통신망 및 인공지능 기반 데이터 분석과 얼마나 효과적으로 결합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질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기술의 완성 여부가 아니라 각국이 이미 그 가능성을 전제로 투자와 정책, 전략을 조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한·미동맹은 북핵 문제, 연합방위, 확장억제, 최근에는 인공지능, 사이버, 우주 협력 등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해 왔다. 그러나 양자기술은 아직 동맹 협력의 의제로 자리 잡고 있지 못하고 있다. 양자기술은 또 하나의 첨단기술이 아니라 향후 군사력, 산업 경쟁력, 공급망 안정성, 디지털 인프라를 동시에 바꿀 수 있는 범용기술이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를 미국의 국내기술 정책으로만 안일하게 이해해서는 안 된다. 한·미 양국은 이미 2023년 ‘양자정보과학 및 기술협력 공동성명’을 채택했고, 2025년 ‘기술번영 양해각서’를 통해 양자기술과 연구 보안을 협력 분야로 재확인했다. 그러나 선언과 실제 수행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양자협력을 학문적 교류와 양자컴퓨팅 연구에만 한정하지 말고, 안보 수요와 상업 혁신, 공급망과 표준을 하나의 동맹 협력 의제로 묶어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협력의 시점을 늦춘다면 미국이 설정한 기술 규격과 공급망에 또다시 수동적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초기 단계에서부터 기획에 참여한다면 한국 기업은 부품 공급자를 넘어 표준과 시장을 구조화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양자협력에 있어 상업적·산업적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양자기술은 반도체, 소재, 정밀측정장비, 광학 부품,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장비 등 광범위한 산업 생태계를 필요로 한다.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공급망을 구축하고 기술 표준을 선도할 수 있다면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전략적 효과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그동안 일부 첨단기술 협력에서 미국의 의제 설정에 뒤처지기도 했고, 연구 보안과 기술 보호 문제에서도 충분한 신뢰를 쌓지 못했다. 미국은 기초연구와 국방 수요, 투자, 표준 설정 능력, 글로벌 시장 접근성을 모두 갖춘, 사실상 대체하기 어려운 파트너이다. 양자기술과 산업, 공급망에서 한국이 실질적인 지분을 확보하려면 초기 연구개발과 실증, 보안 규범과 표준 형성 단계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협력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한국도 연구보안체계를 강화하고, 민감 기술 보호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선제적으로 해소해야 할 것이다. 신뢰를 확보해야 공동 개발과 정보 공유도 가능할 것이며, 그래야만 한국도 단순한 참여자가 아닌 양자생태계의 설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구연 강원대 교수·정치외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