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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인재·전력 확보 로드맵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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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그제 관훈토론에서 호남과 충청 지역 등에 제2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검토되는 것과 관련해 “논의 마무리 단계가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들과 부처가 모여 한 번에 국민에게 설명해 드리는 자리를 마련하려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두 기업은 정작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여권이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정치 논리에 따른 속도전이 자칫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호남 반도체 투자론은 6·3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이 불을 붙였다.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지방 투자를 늘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할 것이고, 영호남 문제가 있어서 호남에 균형을 좀 맞춰야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최태원 SK 회장에 이어 어제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나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과 관련한 논의를 이어갔다.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에 반대할 기업과 국민은 없다. 인력과 업체가 집적된 클러스터 구축에 최소 10년이 걸리는 걸 고려하면 선제 투자와 속도전도 필요하다.

다만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만큼 경제성이 있냐는 별개다. 반도체는 수백 개의 미세 공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관련 생태계가 한곳에 뭉쳐 있어야 한다. 전공정·후공정은 물론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인재양성 교육, 연구개발 시설 등 이른바 ‘집적(集積) 효과’가 경쟁력의 근원이다. 미국·대만 등 경쟁국이 기존 반도체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투자에 나선 이유다.

호남에 새로운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면 기존 경기 용인, 평택, 이천의 반도체 시설과 소부장 생태계와 괴리된다. 우수 인력 유치를 위한 마지노선이 성남 판교와 용인이라는 뜻에서 ‘남방한계선’이라는 조어도 생겼다. 수백조원을 들여도 공장 가동을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전력과 용수난도 해결해야 한다. 호남권은 기상 조건에 따라 발전량 변동이 큰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고, 송전망 부족으로 가동을 멈추는 전력계통 포화도 심각하다. 24시간 풀가동해야 하는 반도체 공장에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정부가 지역균형 개발이라는 명분만 내세워 기업의 투자를 강요해선 안 된다. 그보다 앞서 교육 및 주거인프라 구축과 전력, 용수확보 방안 등 정교한 로드맵부터 제시하는 게 옳다. 그러면 투자는 자연스레 따라오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