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0초 만에 몰아친 두 차례의 강진이 월드컵에 빠져 있던 베네수엘라의 공휴일 저녁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규모 7.5는 역대 두 번째이자 1900년 이후 126년 만에 가장 큰 베네수엘라에서 발생한 지진이다. 이에 앞서 발생한 규모 7.2의 전진도 2018년(규모 7.3)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지진으로 기록됐다. AP통신은 지진의 여파로 베네수엘라에서 약 1700㎞ 떨어진 브라질 아마존 지역까지 영향을 받아 주민들이 건물에서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이날 수도 카라카스는 지진으로 시내 건물이 크게 흔들리고 주민들이 급히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등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목격자들이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지에 올린 영상에 따르면 현장에는 소방차들이 출동해 있고, 일부 건물들은 외벽이 심하게 손상됐다. 영상에는 구조대가 무너진 건물 잔해를 타고 올라가는 모습, 공포에 질린 주민들이 가족을 위한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도 담겼다.
현지 언론인인 노리스 소토는 CNN에 “다른 시민들처럼 월드컵에 푹 빠져 있던 중 지진이 발생했다”며 “지진 발생 직후 전기도 인터넷도 끊겨 밖으로 나가 보니, 거리에는 잠옷 차림으로 겁에 질린 시민들이 가득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몇 시간 동안 흔들림이 계속되고 있다며 “여진이 두려워 사람들이 건물로 돌아오기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지진이 시작되자마자 사람들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모두 계단으로 뛰어 내려갔다”고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AFP통신은 카라카스의 부촌인 로스팔로스그란데스 지역의 22층 건물이 무너져 자녀를 찾는 목소리가 거리를 메웠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웃들은 무너진 집터만 바라보며 서 있었고, 한 어머니의 절박한 외침이 메아리쳤다”고 상황을 묘사했다.
카리브해와 인접한 베네수엘라 북부 지역의 피해도 심각하다. 라과이라주는 지진 피해가 가장 큰 지역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에서만 최소 수십채의 건물이 무너지거나 심하게 파손됐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라과이라주에서 최대 15개 건물이 붕괴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라과이라주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주 최대 도시인 카티아라마르에서 촬영된 영상에는 언덕에 위치한 대형건물 여러 채가 비탈 아래로 완전히 무너진 모습과 연기가 솟구치는 건물, 심하게 파손된 채 위태롭게 서 있는 고층건물들의 모습이 담겼다. CNN은 바르가스주 마쿠토시 해안가에 있던 8층짜리 에두아르드호텔이 입구만 겨우 남긴 채 잔해더미로 변한 영상을 입수해 보도했다.
피해 지역에서는 필사적인 구조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피해가 집중된 카라카스 차카오 자치구에는 구조 인력 500여명이 투입됐다. 다만 물자 부족 등으로 상황은 여의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제 인도주의 단체 ‘다이렉트릴리프’는 뉴욕타임스(NYT)에 “베네수엘라 의료 시스템이 수년간 자원 부족에 시달려 와 구조활동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도로 폐쇄, 정전, 통신 두절 등이 구호품 등 물류 전달도 어렵다”고 전했다.
국제사회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엑스(X)에서 “미 국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수색 및 구조팀, 의료자원, 인도적 지원을 베네수엘라에 즉각 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를 식민 통치했던 스페인은 “형제와도 같은 베네수엘라 국민”과 연대 의사를 표명하고 필요한 모든 긴급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브라질·엘살바도르·도미니카공화국·칠레 등 중남미 국가들과 유럽 각국, 중국도 연대 의사를 표했다. 미국에 수감 중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텔레그램을 통해 “믿음과 규율, 연대로 이겨낼 것”이라고 입장을 냈다.
한편 이번 지진 여파로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에 큰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심각한 피해를 본 것으로 보고된 대부분의 도시에는 주요 석유 시설이 있지 않다”며 “대규모 원유 생산 중심지인 마라카이보 지역은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