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두 배로 돌려드릴 테니 계약을 없던 일로 합시다.”
경기 화성시 동탄구에서 집을 팔기로 했던 집주인이 계약금을 배액 상환하고 매물을 거둬들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계약 뒤 집값이 빠르게 오르자 해약금을 치르고 더 높은 가격에 다시 파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 22일 기준 해제일이 6월로 신고된 동탄구 아파트 매매계약은 112건이다. 5월 36건의 3배 수준이다.
계약 112건이 다 6월에 맺어졌다 깨진 건 아니다. 이 중 70건은 5월에 맺은 계약이다. 값이 본격적으로 뛰기 전 집을 판 주인들이 뒤늦게 계약을 무른 것이다.
부동산 매매계약은 체결일부터 30일 안에 신고해야 한다. 계약이 해제·무효·취소된 경우에도 확정일부터 30일 이내 신고해야 한다.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의 해제 건수는 신고와 정정이 이어지면서 달라질 수 있다.
민법상 별도 약정이 없고 상대방이 계약 이행에 착수하기 전이라면 매도자는 받은 계약금의 배액을 돌려주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계약금 1억원을 받았다면 기존 1억원을 돌려주고 1억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계약금 돌려주고 호가 올려
동탄 집값을 달군 재료로는 반도체 업황 회복과 대규모 성과급에 대한 기대가 꼽힌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달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에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SK하이닉스도 올해 실적을 반영한 성과급이 내년 초 수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현지에서는 고액 성과급 전망이 반도체 종사자의 주택 구매력에 대한 기대를 키우면서 매도자의 호가와 매수심리를 함께 자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탄은 삼성전자 화성·기흥사업장과 가깝고, 평택사업장으로 출퇴근하기도 어렵지 않다. 동탄역엔 GTX-A와 SRT가 선다. 수도권 주요 규제지역에서 비켜나 있다는 점도 매수세를 끌었다.
호가도 빠르게 올랐다. 동탄역롯데캐슬 전용면적 84㎡는 이달 4일 22억2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 22일 기준 고층 매물 호가는 25억~26억원까지 올라왔다. 최고 실거래가보다 3억원 안팎 높은 가격이다.
일부 집주인은 기존 계약을 해제한 뒤 호가를 올려 매물을 다시 내놨다. 단기간 상승 폭이 계약금의 배액보다 크다고 판단한 매도자가 계약 파기에 나선 것이다.
◆3주 연속 1%대 상승
한국부동산원이 25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보면 6월 넷째 주인 22일 기준 동탄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한 주 전보다 1.65% 올랐다. 전국 시·군·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동탄구 아파트값은 6월 둘째 주 1.98%, 셋째 주 2.22%, 넷째 주 1.65% 오르며 3주 연속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동탄구 통계가 별도로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2월 이후 누적 상승률은 11.38%다. 전국 시·군·구 가운데 가장 높고, 처음으로 두 자릿수에 올라섰다. 청계동과 목동의 준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졌다.
오름폭은 전주 2.22%에서 1.65%로 0.57%포인트 줄었다. 전국 최고 상승률은 유지했지만 속도는 다소 느려졌다.
◆호가 못 따라간 매수자
가격지표와 달리 현장에서는 매수 문의가 줄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불과 몇 주 만에 호가가 수억원씩 뛰자 추격 매수에 나서려던 실수요자와 투자자도 한발 물러섰다.
매도자는 최근 신고가에 웃돈을 얹어 부르고, 매수자는 단기간 치솟은 가격이 유지될지부터 따진다. 급등 지역에 규제가 추가될 수 있다는 경계심도 관망세를 키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도 단기간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과 규제 우려로 동탄 수요자 일부가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수원 영통구와 성남 수정·중원구 등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금을 배액 상환하며 매물을 거둬들이던 시장은 이제 오른 호가를 매수자가 받아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단계”라며 “동탄역롯데캐슬의 25억~26억원대 호가가 실제 거래로 이어질지, 아니면 매수세가 주춤하며 다시 조정될지가 향후 가격 흐름을 가를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