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레이=남정훈 기자]12년 전 2014 브라질과 별 다를 게 없는 엔딩이다. 다만 출전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고 토너먼트가 32강부터 시작이다 보니 거기에 오를 가능성만 남아있을 뿐. 홍명보 감독의 한국 축구대표팀은 월드컵에 나서면 ‘참사’, ‘쇼크’라는 단어로 점철되고 있다. 선임 당시부터 불공정 논란으로 숱한 비판과 비난을 받으면서도 “나는 이제 나를 버렸다. 한국 축구밖에 없다”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리라 천명했지만,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제대로 판짜기도 못하고, 잘못된 판짜기를 경기 내에서 조정할 인게임 조정능력도 여전히 부족하다.
딱 하나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모든 책임을 감독인 자신에게 돌린다는 것. 그런데 책임만 자신에게 돌릴 뿐, 왜 ‘남아공 쇼크’를 당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뚜렷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은 지난 25일(한국시간) 최소한 비기기만 해도 A조 2위로 32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전에서 0-1로 패하며 조 3위로 내려앉았다. 이제 한국은 다른 나라들의 경기 결과를 초조하게 지켜보며 32강 진출 여부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12년 전과 딱 겹친다. 당시에도 알제리를 ‘1승 제물’이라고 했다. 그러나 2-4로 대패하며 ‘알제리 쇼크’에 1무2패로 조별리그를 탈락했다. 이번에도 남아공을 ‘1승 제물’이라고 했다. 그런데 0-1로 패했다. 알제리 쇼크에 이은 ‘남아공 쇼크’다. 아프리카 팀만 만나면 작아지는 홍명보호다.
남아공 쇼크를 당한 뒤 한국 축구대표팀은 곧바로 전세기를 통해 몬테레이에서 과달라하라로 이동했다. 현지시간으로 25일 오후 4시부터 회복훈련을 소화했다. 회복 훈련에 앞서 홍 감독은 취재진 앞에 섰다. 이번 대표팀 훈련장에서 홍명보 감독이 취재진 앞에 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퇴라도 발표하는 줄 알았으나 대표팀 관계자는 “원래 계획되어 있던 조별리그 결산 인터뷰”라고 선을 그었다.
홍 감독은 조 추첨 직후부터의 준비 과정을 돌아봤다. “지난해 12월 3일 조 추첨이 열리고 고지대와 고온 다습한 어려운 두 도시에서 경기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면서 “어디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가 생각했을 때, 첫 경기, 두 번째 경기가 열리는 고지대에 맞추는 게 맞다고 판단해 고지대 준비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해발 1500m대의 고지대인 과달라하라에서 치른 1,2차전은 나쁘지 않았다. 체코전은 선제골을 허용하고도 내리 두 골을 넣으며 역전승을 거뒀다. 멕시코전 역시 골키퍼 김승규와 센터백 이기혁이 충돌하는 불가항력적인 실수만 아니었으면 무승부를 거둘 수 있었다.
홍 감독도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 2차전 패배였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2차전 결과가 매우 아쉽다. 거기서 승점을 땄다면 3차전은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됐는데, 그러지 못하다 보니 시나리오 중 가장 좋지 않은 시나리오로 갔다”고 말했다.
A조 최약체라던 남아공전엣 홍명보호는 역대급 졸전을 펼쳤다. 우선 홍 감독의 판짜기부터가 문제였다. 1992년생 동갑내기이자 지난 10년간 한국 축구의 공격진을 이끌어온 손흥민과 이재성을 선발 라인업에서 빼고, 오현규와 황희찬을 투입했다. 공격진의 에너지 레벨을 올리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황희찬은 앞선 조별리그 2경기에서도 몸놀림이 좋지 않았고, 이날도 거의 존재감이 미미했다. 체코전 역전 결승골의 주인공 오현규도 멕시코전부터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홍 감독이 이들을 믿었다면 제대로 선수들의 컨디션도 파악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손흥민과 이재성을 뺀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홍 감독이다.
1,2차전에 비해 남아공전에서 유독 선수단 전체가 몸이 무겁고 호흡도 맞지 않은 것을 두고 홍 감독음 몬테레이의 무더위라는 ‘환경적 요인’을 언급했다. 홍 감독은 “다른 이유를 찾다 보니 그렇게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환경적인 면이 어려움을 겪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몬테레이가 무덥다는 것을 이제와서 알았나. 처음부터 알았음에도 그 변수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것인가. 남아공 선수들은 몬테레이가 아니라 어디 온화한 곳에서 따로 뛴 것인가. 선수들의 이름값이나 현재 기량 모두 한국의 우위임에도 이런 졸전을 펼쳤다는 건 홍명보 감독의 선수단 컨디션 관리, 현재 컨디션 체크 등이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몬테레이의 날씨 핑계를 대면서도 경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홍 감독이다. 그는 “데이터를 봤을 때 멕시코전보다 뛰는 양은 조금 줄었고 고강도(러닝)는 조금 더 많았다. 체력적으로 (멕시코전과) 크게 차이가 없었는데, 보기로는 선수들이 굉장히 느려 보이는 것에 대해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무엇 때문에 졌다’라는 뚜렷한 답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오지 않았다. 홍 감독은 “경기에 앞서 수십 개의 상황을 준비하는데, 그 외의 돌발 상황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대처하는 것은 선수들이 해야 하지만 모든 것은 감독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32강전을 치른다면) 한 3, 4일 정도 남았다. 어떻게든 잘 만들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