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적의 언어들/최수영/선/2만원
방송미디어통신위원인 저자가 오랜 세월 메모해 온 문장과 생각을 엮어낸 어록집이자 인생 성찰서다. 신문기자로 출발해 청와대 춘추관 선임행정관,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강원대 초빙교수, KBS 시청자위원 등을 지낸 저자는 다양한 현장에서 만난 사람과 사건, 그리고 그 속에서 길어 올린 통찰을 한 권에 담아냈다.
“특별한 사람이란 없다. 다만 관계에 의해 특별해질 뿐이다”, “길은 안 보일 때가 아니라 포기할 때 사라진다”, “도약의 높이보다 중요한 것은 착지의 자리다” 등 책에 담긴 문장들은 삶의 본질을 향한 저자의 사유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책은 ‘사랑’, ‘스포츠’, ‘단문미학의 시대’, ‘인생 항해’, ‘정치’, ‘희망에 대하여’, ‘정곡, 그 서늘한 말’, ‘용기란 무엇인가’ 등 8개 장으로 구성됐다. 고전과 문학, 역사와 정치, 스포츠와 일상 등 폭넓은 소재를 바탕으로 인간과 사회,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문장들이 이어진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독자에게 값싼 위로나 낙관만을 건네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늘날 서점가를 채우는 수많은 힐링서가 위안과 공감에 초점을 맞춘다면, 저자의 문장들은 현실을 직시하는 냉철함을 잃지 않는다. 저자는 “위로만 가득한 말은 마음의 당뇨를 부를 수 있다”고 말한다.
달콤한 위안보다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 속 문장들은 독자를 다독이는 동시에 흔들어 깨우며 삶의 본질과 마주하도록 이끈다.
그러나 냉정함만이 이 책의 전부는 아니다. 행간에는 인생 후반전을 살아가는 한 인간의 따뜻한 시선과 깊은 공감이 스며 있다. “꽃이 진 후 잎으로 사는 시간이 진짜 인생이다”라는 문장은 화려한 성공이나 젊음보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시간의 가치를 일깨운다.
빠르게 소비되는 말들이 넘쳐나는 시대, 오래 축적된 언어가 지닌 힘과 무게를 새삼 일깨워 주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