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7.0이 넘는 연쇄 강진이 베네수엘라를 강타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현지 우리 교민들의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수도 카라카스 북부 일대에서는 주베네수엘라 한국대사관과 대사관저가 일부 파손되는 등 물적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이 가운데 한국인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5일(현지시간) 주베네수엘라 한국대사관과 현지 한인회 등에 따르면 현재 베네수엘라에는 한국 교민 125명 안팎이 거주하고 있다. 대사관과 관저는 피해를 봤지만, 교민 인명 피해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이 중 90명가량이 수도 카라카스에 살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바루타 지역에 모여 거주한다. 이곳은 카라카스의 젖줄에 해당하는 과이레강 남쪽에 위치한곳이다.
현지 한 교민은 “어제 오후 큰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큰 흔들림이 느껴졌지만, 그 이후로 30여 차례 있었다는 여진은 집에서 거의 느끼지 못했다”며 “카라카스 남쪽은 지반이 튼튼한 데다 아파트도 견고하게 지어진 곳이 많아 한인들의 피해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한상 베네수엘라 대사 대리는 국내 취재진에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동일본대지진 때보다 더 흔들렸다”며 지진 발생 당시를 회상했다. 이 대사대리는 규모 7.0이 넘는 지진이 잇따라 발생한 24일 오후 6시4분쯤 대사관저에 있었다. 그는 관저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던 중 규모 7.2의 지진을 느꼈고, 불과 수십초 뒤 규모 7.5의 더 큰 지진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카라카스 내에서 피해가 집중된 곳은 북부 알타미라 지역이다. 이곳은 상업 시설이 밀집해 유동 인구가 많으면서도 산과 인접해 지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곳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1997년 강진 당시에도 피해가 집중됐다. 이 지역과 카라카스 서쪽 산베르나르디노 인근에 거주하는 교민들의 경우, 아파트 벽면에 금이 가는 등의 재산 피해가 일부 발생했다. 현재까지 세 가구 정도가 이러한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알타미라 지역 인근에 있던 대사관저의 피해도 작지 않았다. 관저 벽돌 일부가 무너졌고, 대문에 설치된 수직 기둥에도 금이 갔다. 벽 곳곳에는 큼지막한 균열이 생겼다. 인근에 있는 대사관 사무실도 피해를 입었다. 주베네수엘라 한국대사관은 복합 상가 건물 안에 있는데, 복도 천장 일부가 내려앉고 유리창과 타일이 깨졌다. 현지 통신 사정도 좋지 않아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대사관과 한인회 측은 혹시 모를 여진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카라카스에만 3곳의 대피 거점을 마련하고 비상 대기 중이다. 대사관은 이 가운데 한 거점에 모인 교민들을 위해 이날 비상약과 구호품 등을 전달했다.
규모 9.0의 동일본대지진이 방출한 에너지는 이번 베네수엘라 강진보다 훨씬 컸지만, 카라카스는 진앙과의 거리가 더 가까웠다. 도쿄에서 동일본대지진 진앙까지는 약 380㎞였던 반면, 카라카스에서 이번 지진 진앙까지의 거리는 약 168㎞에 불과했다.
이 대사대리는 “긴급 대응반을 가동해 면밀하게 현장을 보면서 한 시간 단위로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회 문익환 이사는 “인명 피해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며 “정전으로 인한 미미한 불편 외에는 모두 안전한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