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워싱턴 - 세계의 시선이 쏠린 워싱턴의 한 주, 핵심과 맥락을 짚습니다.
이란 전쟁을 계기로 미국 우파와 공화당의 오래된 대이란·대이스라엘 시각에 변화 조짐이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래로 이란에 대해 매파적 시각을 유지하던 공화당 내부에서 이란의 능력을 재평가하면서 이란과의 공존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이스라엘에 대해선 과거 무조건적이었던 우호적 시각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보수의 오래된 중동관(觀)이 이란 전쟁을 계기로 변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 보수, 이란 살아남는 능력에 감탄”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공화당 내에서 “이란은 실용적인 국가이며, 미국은 이란과 공존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반드시 배워야 한다”는 시각이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란 지도자들을 ‘강한 사람들’, ‘똑똑한 사람들’이라고 부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뿐만 아니라, 이란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J D 밴스 부통령 등 새로운 세대의 공화당 인사들 사이에서 이러한 시각이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보수 일각에선 이란이 맹렬한 폭격을 견뎌내고 ‘살아남는’ 능력에 감탄하는 시각도 등장하고 있다.
전쟁 초기부터 미국의 해외 개입을 비판해온 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은 이같은 생각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보수 잡지 ‘더 아메리칸 콘서베이티브’ 대표인 커트 밀스(35)는 미국의 대외 군사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는 외교 노선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인물인데, 그는 “미국 우파에서 이란과의 전쟁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이 점점 덜 금기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 백악관에서 수석 전략가를 지낸 스티브 배넌은 전쟁 초기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전쟁 문제를 놓고 각을 세운 바 있는데, 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반다르아바스 항구에 전함 미주리호를 정박시키고 항복식을 치를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이란인들이 지하로 숨어들어 끝까지 버티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마가 진영에선 호르무즈해협의 전략적 가치를 활용하는 능력을 알게 된 이란과 더 대립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기존 공화당 강경파들이 아직 대다수인 연방 상원 내에서도 어조의 변화가 감지된다. 테드 크루즈 의원 등 아직까지 이란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풀지 않는 이들도 있지만, 일부 의원들은 이란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로저 마셜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 4월 이란의 “비이성적인 종교적 광신도들”과 협상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최근 CNN 인터뷰에선 이란이 미사일을 보유할 수도 있다며 “그들도 자신들을 방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우파에서 대이란 태도에 변화가 생긴 것은 공화당 내의 세대교체와 더불어 젊은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 사이의 대이란 전쟁 반대 여론을 의식하는 흐름 때문이다.
◆네타냐후에 등 돌리는 공화당
로이터통신은 미국 행정부와 이스라엘 사이의 균열을 다뤘다. 과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이란 문제에서 미국 행정부를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이스라엘 지도자”라는데 구축해왔는데, 이번 전쟁으로 이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예전에는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의 대이란 정책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반대를 하나의 제약 조건으로 취급하면서 이란과의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처지다.
특히 공화당은 과거 네타냐후 총리의 ‘안전망’이었지만, 현재는 그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랫동안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공화당의 지지를 자신의 정치적 기반으로 활용했고, 민주당 행정부와 갈등이 생길 때마다 공화당을 지렛대로 삼아 이를 상쇄했다.
2015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란 핵합의를 미국 의회 연단에서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현재로선 전쟁 반대 여론과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하는 공화당이 네타냐후 총리를 위해 이스라엘 편을 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밴스, 공화당 세대 교체 대표
공화당의 변화를 대표하는 인물로는 밴스 부통령이 꼽힌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공화당 내에서도 대표적인 전쟁·해외개입 반대론자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 함께 일으킨 이번 전쟁을 통해 어쩔 수 없이 이란 전쟁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 이란과의 협상 대표를 맡으면서 그는 이란과의 전쟁을 빠르게 끝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전쟁이 이란의 전적인 승리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밴스 부통령으로선 중간선거 전 종전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이란과의 새로운 관계를 구축해야 다음 대선 주자로서의 길이 열린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차기 대선 주자 경쟁을 해야하는 밴스 부통령으로선 이번 기회가 매우 중요하다.
밴스 부통령은 NYT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을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이스라엘 강경파 정치인들에 대해 질문받고 “당신들(이스라엘)의 대안은 무엇인가. 당신들은 인구 900만명의 나라다. 국가안보 문제를 모두 사람을 죽이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화당 출신 미국 부통령이 이스라엘의 대중동 외교를 공개 비판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