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도체 산업의 역대급 초호황과 ‘억대 성과급’에 대한 기대감이 대한민국 교육 지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학가에 부는 무전공(자유전공) 선발 바람 속에서 합격생 절반 이상이 반도체 관련 학과를 선택하는가 하면, 고등학교 입시 시장에서도 반도체 특화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의 인기가 치솟는 등 이른바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 효과가 진학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무전공 입학생 ‘절반’ 전자·전기行… 거점국립대도 ‘들썩’
26일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의 ‘자유전공 소속 학생들의 전공 선택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입학 후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무전공 유형 입학생들의 반도체 관련 학부(전자·전기공학 계열) 쏠림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수도권 사립대 12곳과 국립대 8곳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 사립대 12곳 중 7곳에서 전자·전기공학 계열이 전공 선택 1순위를 차지했다.
대학별로 보면 성균관대 자유전공계열 학생의 57.1%(189명 중 108명)가 전자전기공학부를 선택했다. 광운대 자율전공학부(52.8%)와 경희대 국제캠퍼스 자유전공학부(52.5%) 역시 전공 선택자 중 절반 이상이 전자·정보공학 계열로 이동했다. 이외에도 경기대(30.3%), 단국대(29.8%), 이화여대(21.5%), 명지대(16.9%) 등에서 반도체 관련 전공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거점국립대에서도 반도체 관련 학부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경북대 대구캠퍼스 자율전공학부는 53.8%가 전자공학부를 골랐으며, 전남대 광주캠퍼스(46.6%)와 충남대(36.5%) 역시 전자·전기공학과가 선호도 1위에 올랐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역시 40.7%가 공과대학을 선택하며 이공계 강세 흐름을 뒷받침했다.
반도체 업계의 초호황과 대기업의 역대급 성과급 전망이 학생들의 선택을 이끈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교연은 “AI, 반도체, 모빌리티 등 첨단산업 분야에 대한 관심과 높은 취업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고등학교도 ‘반도체 붐’… 마이스터고·특성화고 문전성시
반도체 열풍은 고등학교 진학 판도까지 바꾸고 있다. 4년제 대학 졸업장이 대기업 취업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대기업 현장직으로 취업할 수 있는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로 학생과 학부모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당장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 중인 경기도 용인에는 내년 3월 도내 첫 반도체 특화 마이스터고인 ‘용인반도체고등학교’가 문을 연다. 학교 측은 우선 특성화고로 개교한 뒤 2028학년도부터 마이스터고로 전환해 반도체제조과와 반도체정비과를 운영할 예정이다. 용인교육청에 따르면 벌써부터 입학 문의가 폭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산업 변화에 맞춰 발 빠르게 학과를 개편하는 학교도 늘고 있다. 안성 두원공고는 2030년 지역 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유치에 발맞춰 기존 자동화시스템과를 2027학년도부터 ‘반도체시스템과’로 전면 개편한다. 평택마이스터고(스마트자동화과)의 경우, 최근 3년간 졸업생의 30%가 삼성전자(24명), 삼성SDI(4명) 등 대기업 및 유력 기관에 입사했다.
◆“장비·인력 부족해 수업 질 떨어질라”… 유행성 진학 경계 목소리도
교육 현장에서는 수요에 발맞춰 교육 여건을 정비할 때라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대교연은 “인기 학과를 중심으로 교원 확충, 강의 개설 확대, 실험·실습 시설 확충, 학생 지도 및 관리 강화 등 양질의 교육 여건을 충분히 마련했는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동시에 유행에 휩쓸려 진학을 섣불리 결정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단 지적도 제기된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확실히 반도체 관련 전공에 대해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많아졌다”며 “진학 상담을 할 때 학생들에게 미래를 내다보고 충분히 고민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