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조별리그 부진 여파가 결국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대표팀의 경기력과 대한축구협회(KFA) 운영을 둘러싼 비판이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잇따랐고, 급기야 “홍명보 감독 청문회를 열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공개 발언도 나왔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전날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남아프리카공화국전이 화두에 올랐다. 경기 내용에 대한 실망감은 자연스럽게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책임론으로 이어졌고, 대표팀 선발 시스템과 협회 운영 전반에 대한 구조 개혁 요구까지 쏟아졌다.
무소속 최혁진 의원은 “우리가 인사청문회를 하느라 축구를 안 본 게 우리 수명을 몇 년 늘렸을지 모르겠다”고 말해 회의장에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곧바로 “대한축구협회의 특정 대학, 특정 지역 카르텔이 대한민국 축구를 다 망치고 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최 의원은 “축구 선수로 성장하려는 청년들이 특정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국가대표가 되기 어렵고, 설령 대표팀에 선발돼도 벤치를 지키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이야기가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곳에서 이런 카르텔이 존재해 국민 마음을 멍들게 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구조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한축구협회를 탈탈 털어 개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한 후보자는 “대한축구협회 문제는 제가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온 국민이 굉장히 분노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잘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 의원이 “축구를 안 본 것이 수명을 늘렸을 것”이라고 말하는 동안에는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이날 청문회에서는 홍명보 감독을 직접 거론하는 발언도 나왔다.
인사청문특별위원장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오늘 우스갯소리로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아니라 홍명보 감독 청문회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같은 당 박선원 의원도 축구를 빗대 조직 운영과 리더십을 언급했다. 그는 “축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선수 출신 홍명보보다 지도자 출신 히딩크 감독이 낫겠다”며 “한 후보자는 일반적인 관료나 교수 출신이 아니라 히딩크 같은 역할을 하라고 대통령이 발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료 사회는 매우 끈끈하고 쉽게 바뀌지 않는다”면서 “아는 만큼만 답하고 지시한 것의 일부만 이행하는 문화가 있다. 히딩크 감독이 모든 선수를 적재적소에 활용했던 것처럼 조직 구석구석을 살펴 달라”고 주문했고, 한 후보자는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대표팀의 월드컵 부진을 계기로 시작된 비판은 경기력 논란을 넘어 대한축구협회의 운영 구조와 대표팀 선발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까지 대한축구협회 개혁론과 홍명보 감독 책임론이 공개적으로 거론되면서, 대표팀을 둘러싼 후폭풍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전선에 급제동이 걸렸다. 지난 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A조 최종 3차전에서 0-1 충격패를 당하며 1승 2패(승점 3) 조 3위로 조별리그를 마친 한국은 자력 진출 기회를 날린 상황에서 경쟁국들의 최종전 결과마저 불리하게 돌아가며 진출 확률이 하루 만에 크게 쪼그라들었다.
26일 열린 조별리그 D·E·F조 최종전에서 각 조 3위 팀들이 일제히 선전하며 한국보다 우위를 점하자 외신의 분석도 비관적으로 돌아섰는데,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한국의 32강 진출 확률을 전날 94%에서 68%로 26%포인트나 낮췄고 축구 통계 전문 매체 ‘옵타’ 역시 87.76%였던 확률을 53.24%까지 급조정하며 사실상 턱걸이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벼랑 끝 상황임을 시사했다.
이번 대회는 12개 조 1·2위 외에 조 3위 중 상위 8개 팀도 32강 토너먼트에 합류할 수 있어 당초 한국은 26일 경기 결과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32강행을 조기 확정 지을 수도 있었으나, D조 파라과이(호주전 0-0 무), E조 에콰도르(독일전 2-1 승), F조 스웨덴(일본전 1-1 무)이 나란히 승점 4점을 확보하며 한국을 가볍게 밀어냈다.
현재 조별리그 일정을 절반 소화한 가운데 조 3위 국가 중 6위에 머물러 있는 한국은 골득실에서 뒤진 스코틀랜드(C조, 승점 3)는 제쳤으나 아직 최종전을 치르지 않은 L조 3위 크로아티아(승점 3)에는 다득점에서 밀려 아래에 위치해 있으며, 안정적인 32강 진출을 위해서는 남은 조 중 최소 3개 조의 3위보다 최종 성적이 앞서야 하는 처지다.
홍명보호의 운명은 이제 27일(G·H·I조)과 28일(J·K·L조)에 열릴 남은 6개 조의 3차전 결과에 맡겨지게 되었는데, 당장 27일 경기 중 G조에서 1위 이집트가 2위 이란을 꺾어주거나, H조에서 1위 스페인이 2위 우루과이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것이 한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아울러 I조에서는 연패 중인 세네갈과 이라크가 비기거나 세네갈이 2골 차 이상으로 승리하지 못해야 한국이 우위를 점할 수 있으며 이라크가 승리할 경우에도 5골 차 이상의 대승만 아니라면 한국이 앞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