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레이=남정훈 기자]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대가리 박고 미친놈처럼 뛰겠다”
한국의 월드컵 도전사를 통틀어 역대급 졸전으로 꼽히는 ‘남아공 쇼크’로 인해 자력으로 32강 진출에 실패한 홍명보호. 결국 또 한국 축구의 ‘종특’이라고 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초라한 처지에 몰렸지만, 선수들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투혼을 불사르며 뛰겠다며, 다시는 무기력하게 무너지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내보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8일(이하 한국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 차려진 베이스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어쩌면 이번 월드컵에서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훈련에 앞서 김진규(전북)와 양현준(셀틱)이 취재진 앞에 섰다.
김진규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 모두가 대가리를 박고 미친놈처럼 뛰겠다. 다시는 3차전 같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체코를 2-1로 꺾은 조별리그 첫판의 후반전 막판에 그라운드에 투입돼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김진규는 2차전 멕시코전(0-1 패)에서는 벤치를 지켰고, 마지막 3차전에선 후반전 시작과 백승호와 교체 투입돼 약 45분을 소화했다.
김진규는 “첫 경기를 잘 이기고 유리한 상황에서 2, 3차전을 준비했다. 충분히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경기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특히 2차전은 승점을 딸 수 있었다고 생각해서 가장 큰 아쉬움이 남는다”고 짚었다.
김진규가 보는 1, 2차전에 비해 3차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인 이유는 ‘반복된 실수’를 꼽았다. 그는 “경기하다 보면 통제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생각지도 못한 실수가 나오기도 한다”며 “경험이 많더라도 경기 중 심리적으로 컨트롤하는 게 쉽지 않다. 사소한 실수로 역습을 허용했고, 무더운 날씨에 그런 상황이 자주 반복되다 보니 여러 부분에서 힘들지 않았나 싶다”고 털어놨다.
3차전을 충격적인 패배로 마친 뒤 대표팀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당연하다. 비기기만 해도 자력으로 조 2위를 확정할 수 있는 절대적 유리한 고지를 스스로 내던져버렸기 때문이다. 김진규는 “많은 말을 나누기보다 침묵의 시간이 길었다. 모두가 원하지 않았던 결과와 상황이 벌어져 누구 하나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며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서로 대화도 나누고, 지금은 다른 팀 결과에 관해 이야기하며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 후 선수단 미팅 자리에서 홍 감독이 선수들에게 당부한 내용도 들려줬다. 그는 “감독님께서 ‘결과에 대해서는 감독의 책임’이라며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지켜보는 것뿐이니, 남은 훈련 잘 소화하면서 기다려보자’고 짧게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