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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실패에도 다시 기회 받은 ‘운장’ 홍명보 감독, 선임에 운을 다 썼나? 32강 진출 경우의 수가 줄줄이 부러진 끝에 ‘대멸망’ [몬테레이 IN SEG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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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레이=남정훈 기자] 홍명보 감독은 12년 전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알제리 쇼크’ 등 최악의 참패를 거듭한 끝에 1무2패로 조별리그 탈락의 쓴 맛을 봤다. 이후 10년 간 행정가로, 클럽 감독으로 커리어를 쌓은 뒤 다시 한 번 한국 축구대표팀의 사령탑으로 복귀했다. 선임 과정의 불공정 논란이 일기는 했어도 홍명보 감독 개인의 측면으로만 보면 ‘실패자’라는 낙인 속에서도 다시 한 번 기회를 받았으니 ‘운장’(運將) 혹은 ‘복장’(福將)이라고 봐도 된다.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5일(현지 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에 위치한 베이스캠프 훈련장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회복 훈련 전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5일(현지 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에 위치한 베이스캠프 훈련장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회복 훈련 전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손자병법에 따르면 용장(勇將)보다는 지장(智將) 위이며, 지장보다는 덕장(德將)이 낫다. 그리고 덕장보다는 운장 혹은 복장이 최고라 했다. 이 말을 비틀어 보면 홍 감독에겐 용맹함이나 지혜로움도, 사람들을 널리 품는 덕도 그다지 없다는 얘기도 된다. 운에만 의존하며 지도자 생활을 걸어온 홍 감독이 자신자신의 운을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복귀에 다 쓴 모양이다.

 

홍명보 감독은 최소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를 확정해 32강행을 확정지을 수 있었으나 A조 최약체인 남아공전에서 역대 최악의 졸전을 거듭한 끝에 12년 전 ‘알제리 쇼크’를 뛰어넘는 ‘남아공 쇼크’로 자신의 지도자 인생 최악의 경기를 스스로 경신했다. 이후 사흘간 본인 포함 대표팀 전체,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들을 희망고문에 시달리게 했으나 홍명보호의 운명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이제 더 이상 홍 감독은 한국 축구의 자산 목록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에서 박진섭, 이기혁 등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에서 박진섭, 이기혁 등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 한국의 설영우가 0-1 경기 종료 후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 한국의 설영우가 0-1 경기 종료 후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명보 감독이 이끌어온 한국 축구대표팀은 28일(이하 한국시간)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K조 최종전에서 콩고민주공화국이 우즈베키스탄을 3-1로 꺾으면서 남은 J조의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3위팀 8개에게 주어지는 32강 진출 티켓을 얻는 데 실패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건 2018년 러시아 대회 이후 8년만의 일이다. 2010 남아공(16강), 2022 카타르(16강)의 성과를 뛰어넘어 사상 첫 원정 8강이라는 야심찬 도전에 나섰지만, 결과는 8강은커녕 조별리그조차 뚫어내지 못했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한 건 1954년 스위스, 1986년 멕시코, 1990년 이탈리아, 1994년 미국, 1998년 프랑스, 2006년 독일,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 대회에 이어 이번이 9번째다.

 

24일(현지 시간)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과달루페의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에서 홍명보 대한민국 감독이 교체되어 나오는 김민재에게 악수를 건네고 있다. 뉴시스
24일(현지 시간)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과달루페의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에서 홍명보 대한민국 감독이 교체되어 나오는 김민재에게 악수를 건네고 있다. 뉴시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기에서 피치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기에서 피치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면면을 살펴보면 그 어느때보다 더 최악의 성적이다. 월드컵은 2026 북중미에서 사상 처음으로 참가국을 48개로 대폭 늘렸다. 1998 프랑스부터 2022 카타르까지 32개국이 경쟁한 것을 기준으로 하면 홍명보호는 본선 진출조차 해내지 못한 셈이다. 처참함을 넘어 충격 그 자체다. 아니 한국 축구의 참사는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어쩌면 이러한 참사의 발단은 2022 카타르를 이끌었던 파울루 벤투 감독과 결별하고 축구계에서 퇴물로 취급받던 위르겐 클리스만(독일) 감독을 선임한 것부터가 시작이었을지 모른다. 클린스만 감독은 무능 속에 한국 축구는 갈지자 행보를 거듭했고,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100억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면서 그를 내쳤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7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1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7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1

이후 협회는 다각도로 새 사령탑을 물색했고, 다수의 외국 지도자를 검토했지만 선택은 홍명보 감독이었다. 이른바 ‘빵집 회동’이라 불리는 졸속 과정을 통한 기습적인 선임이었다. 이미 2014 브라질에서 ‘실패의 아이콘’이 됐음에도 홍 감독은 학맥과 인맥 등을 통해 다시 한 번 한국 축구의 정점에 올랐다.

 

월드컵을 불과 1년 앞두고 지휘봉을 잡았던 2014 브라질 때와는 달리 홍 감독은 이번엔 북중미 월드컵을 2년여를 앞둔 2024년에 선임됐다. 자신의 색깔을 입힐 시간이 충분했다는 얘기다.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 홍명보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며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 홍명보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며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게다가 사상 처음으로 포트2에 속해 조 추첨을 진행하게 됐고, 조 추첨 결과도 좋았다. 월드컵 시작 전 공식 FIFA 랭킹에 따르면 한국은 25위, 멕시코 14위, 체코 40위, 남아공은 60위였다. FIFA 랭킹 제도 도입 후 처음 치른 1994 미국 월드컵 이후 한국과 함께 묶인 세 팀의 평곤 랭킹이 이번이 38위로 제일 낮았다. 역대급 ‘꿀조’에 편성됐다는 얘기다.

 

그러나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체코전에서만 2-1 역전승을 거뒀을 뿐, 멕시코와의 졸전 끝에 수비 실수 한 방에 골을 허용하며 0-1로 석패했다. 남아공과의 최종전은 그야말로 역대 최악이었다. 객관적 전력이나 이름값을 감안하면 두 세 수는 아래인 남아공을 대상으로, 그것도 주축 선수 두 명이 퇴장 여파와 카드 누적으로 뛸 수 없었음에도 0-1로 충격패를 당하며 조 3위로 추락했다.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3일(현지시간) 멕시코 누에보 레온주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 공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3일(현지시간) 멕시코 누에보 레온주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 공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5일(현지 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에 위치한 베이스캠프 훈련장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회복 훈련 전 기자회견하고 있다. 뉴시스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5일(현지 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에 위치한 베이스캠프 훈련장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회복 훈련 전 기자회견하고 있다. 뉴시스

그럼에도 아직 기회는 있었다. 26~28일까지 사흘 간 다른 나라의 결과에 따라 조 3위 중 8개국에게 주어지는 32강의 기회는 있었다. 그러나 홍 감독의 운은 자신이 대표팀 사령탑에 오르는 데 다 썼기 때문이었을까. 다른 조의 결과는 족족 한국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이날 K조까지 8개의 영향을 끼치는 경기 중에 한국에 유리한 결과가 나온 건 27일 경기에서 스페인이 우루과이에 이긴 것 하나뿐이었다. 한국 축구는 말 그대로 몰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