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데이터처 고용 동향에 따르면 최근 청년 실업률은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과거에도 있었던 일이지만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양질의 일자리 감소 등의 이유도 있지만 인공지능(AI)이 일부 초급 업무를 대체하기 시작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청년의 취업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과정이자 첫 번째 사다리를 오르는 과정이다. 기업 역시 청년 인재를 채용해 세대 간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며 미래의 핵심 인재를 육성한다. 그런데 신입 채용 대신 AI 활용과 경력직 채용을 확대하면서 그 첫 번째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다. 청년들은 성장의 기회를 잃고, 기업은 미래를 이끌 인재를 길러낼 기회를 잃는다. 이대로라면 청년과 기업 모두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위기가 닥칠 때마다 힘을 모아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 그런데 막상 일이 터졌을 때 대응하는 것은 큰 고통과 희생이 따른다. 이제는 위기의 징후를 미리 읽고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와 미래 세대가 다가올 변화에 보다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역량과 지혜를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AI 도입으로 청년 채용이 감소한 분야를 면밀히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첨단기술 기반 창업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대학과 연구소의 우수한 기술과 인재가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탄탄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좋은 스타트업은 좋은 생태계에서 나온다. 실리콘밸리에 못지않은, 나아가 한국형 강점을 살린 창업 생태계를 만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일부 대학은 기관장이 제도를 창업 친화적으로 바꾸며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반면 여전히 창업을 어렵게 만드는 관행도 있고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분위기도 조성하고 AI 시대에 부합하는 교과목 개정을 통해 창업자가 좀 더 자유도를 갖게 해야 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경우 연구원이 창업할 때 적용되는 이해충돌 규제가 대표적인 걸림돌이다. 이제 이해충돌을 투명하게 관리하면서 성과를 극대화하는 제도로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 기업의 성장 이익을 정교하게 공유하는 방안도 중요하지만 창업자에게 더 이익이 되게 해서 더 큰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창업 연구자에게 겸직과 복귀의 자유도를 높이고 평가에서 불이익이 없게 해야 한다.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노력만으로는 제도 개선에 한계가 있다. 정부는 규제자가 아니라 혁신 생태계를 설계하고 육성하는 조성자의 관점에서 규제 혁신과 지원을 해야 한다. 국민성장펀드 일부가 첨단 전략산업의 스타트업과 벤처, 성장기업에 투자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리고 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주 52시간제와 경직된 인력 운용 규제를 일정 기간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첨단기술 분야에는 네거티브 규제체계로 전환해 혁신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창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은 국가 경쟁력을 위한 필수 과제다.
필자는 지난 3월 MIT와 경북대가 공동 개최한 ‘MIT Global Startup Workshop(GSW)’에 참여했다. GSW는 MIT가 1998년 이후 세계 각국에서 운영해 온 창업 생태계 구축 프로그램으로, 창업가, 대학, 투자자, 대기업, 정부, 연구기관이 함께 작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순한 지원을 넘어서 여러 주체가 함께 지역별 특성에 맞는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으로, 우리도 참고할 만한 모델이다.
AI는 일자리를 줄이는 위협인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미래를 읽고 통찰을 바탕으로 먼저 준비하는 사람과 조직이 결국 살아남는다. 사후 대응보다 사전 준비가 훨씬 효과적이다. 탄탄한 창업 생태계를 조속히 구축하는 것은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국가 경쟁력 강화의 핵심 기반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를 실현할 역량이 충분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신속한 실행이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인재 유출을 막는 수준을 넘어, 세계의 우수 인재가 모여드는 혁신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