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면역세포(T세포)를 꺼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바꾼 뒤 다시 몸속에 넣는다. 카티(CAR-T)는 이처럼 환자 자신의 T세포를 ‘암 맞춤형 치료제’로 만드는 대표적인 면역세포 유전자치료다. 한 번 투여된 면역세포가 체내에서 증식하며 암세포를 지속적으로 공격할 수 있어 ‘살아있는 항암제’라는 별칭도 붙었다. 백혈병·림프종·다발골수종 등 혈액암에서 ‘꿈의 치료제’로 주목받아 온 카티는 최근 국내 기업의 첫 허가와 세계 첫 고형암 치료제 허가 사례가 잇따르며 적용 범위를 넓힐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기대만큼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암 환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형암은 암세포의 특성이 다양하고 면역세포가 암 조직 안으로 침투하기 어려운 데다 종양 주변 환경이 면역세포의 활동을 억제한다. 혈액암에서 확인된 성과가 고형암으로 곧장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다. 환자 맞춤형으로 제작되는 세포치료제의 특성상 생산 시간과 비용, 지역 간 접근성 문제도 남아 있다. 전문가들이 국산 치료제 개발과 국내 생산 기반 구축을 카티 치료 확산의 핵심 과제로 꼽는 이유다. 고형암 대상 차세대 치료제 개발을 이끄는 국립암센터 면역세포 유전자치료제 전주기 기술개발연구단 엄현석 단장에게 28일 세포·유전자치료의 현재와 고형암 확장 과제를 물었다.
―면역세포 유전자치료제는 어떤 치료인가.
“우리 몸에는 바이러스나 암세포를 찾아 제거하는 면역세포가 있다. 하지만 암세포는 다양한 방법으로 면역세포의 공격을 회피한다. 면역세포 유전자치료제는 혈액에서 T세포를 채취한 뒤 유전자 변형을 통해 암세포를 더 잘 인식하고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든 후 다시 체내에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기존 항암치료는 암세포뿐 아니라 일부 정상세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반면 면역세포치료제는 특정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인식해 공격하도록 설계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특히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재발한 일부 혈액암 환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치료 패러다임을 바꾼 치료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면역세포치료제에도 여러 방식이 있다. 각각 어떻게 다른가.
“면역세포 유전자치료제는 사용하는 면역세포와 암세포를 인식하는 방식에 따라 카티, TCR-T, TIL 등으로 나뉜다. 카티는 T세포 표면에 인공적으로 설계한 수용체를 달아 암세포 표면의 특정 표적을 직접 인식하도록 만든 치료제다. 현재까지 가장 많은 임상 성과가 축적됐고, 일부 혈액암에서 실제 치료에 쓰인다. TCR-T는 T세포 수용체를 이용해 암세포 내부에서 만들어진 단백질 조각까지 인식할 수 있다. 다양한 암 표적을 공격할 수 있어 고형암 치료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환자의 유전적 특성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TIL은 환자의 암 조직 안에 이미 존재하는 면역세포를 분리해 대량 증식한 뒤 다시 투여하는 방식이다. 암을 직접 경험한 면역세포를 활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혈액암에서는 ‘꿈의 치료제’로 불리는데, 고형암에서는 왜 어려운가.
“혈액암과 달리 고형암은 면역세포 유전자치료제가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우선 고형암은 암세포의 특성이 매우 다양하다. 혈액암은 비교적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표적이 있는 경우가 많지만, 고형암은 같은 암 안에서도 암세포마다 특징이 다르다. 특정 표적만 공격하면 일부 암세포가 살아남아 다시 증식할 수 있다.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표적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안전성 확보의 과제다. 면역세포가 암 조직에 도달하기도 어렵다. 고형암은 단단한 조직 구조와 비정상적인 혈관 등으로 둘러싸여 있어 면역세포가 암 내부까지 침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종양 주변에는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요소도 존재해 치료용 면역세포의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연구단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암 조직 안에서도 면역세포가 활발하게 작동하도록 기능을 강화하고, 여러 암 표적을 동시에 인식해 암세포의 회피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환자 세포를 치료제로 만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나.
“카티 치료제는 일반적인 알약이나 주사제처럼 미리 만들어진 의약품이 아니다. 환자 개인에 맞춰 제조한 뒤 투여하는 맞춤형 치료제다. 먼저 병원에서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전문 제조시설로 보낸다. 제조시설에서는 혈액 속 T세포를 분리한 뒤, 유전자 조작을 통해 T세포가 암세포를 알아보고 공격할 수 있도록 바꾼다. 이후 치료 효과를 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의 세포를 확보하기 위해 배양·증식 과정을 거쳐 다시 병원으로 보낸다. 병원에서는 카티 세포가 환자 체내에서 잘 증식하고 작용할 수 있도록 림프구 제거 전처치를 시행한다. 제조된 카티 세포가 도착하면 이를 정맥주사 형태로 투여한다. 과거에는 치료제 제조에 한 달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제조기술과 생산공정이 발전하면서 기간은 점차 단축되고 있다.”
―부작용은 어떻게 관리하나.
“면역세포 유전자치료제는 강력한 치료 효과를 보이는 만큼 주의가 필요한 부작용도 있다. 대표적으로 면역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과 일시적인 신경계독성이 알려져 있다. 환자에 따라 발열, 오한, 저혈압, 호흡곤란, 언어장애, 의식 변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치료 과정에서 혈구 감소와 면역력 저하로 인한 감염 위험도 증가할 수 있다. 다만 최근에는 의료진의 경험 축적과 치료 가이드라인의 발전으로 대부분의 부작용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치료는 전문인력과 시설, 응급대응 체계를 갖춘 지정 의료기관에서 시행돼야 한다. 환자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이상 반응이 발생하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필수다.”
―치료비와 생산 기반 문제는 어떤가.
“현재 시판 중인 카티 세포치료제는 대부분 해외에서 개발된 혈액암 치료제다. 대표 치료제인 킴리아는 일부 혈액암 환자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환자 부담이 완화됐지만, 치료제 가격 자체가 매우 고가이기 때문에 환자와 건강보험 재정에는 여전히 부담이다. 면역세포 유전자치료제는 환자 맞춤형으로 생산되는 첨단 바이오의약품인 만큼 제조 비용이 높고 생산 과정도 복잡하다. 국산 치료제 개발과 국내 생산 기반 구축은 단순히 수입 의약품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마련하는 데 의미가 있다. 현재 국내 연구자들은 임상연구용 바이럴 벡터 생산을 상당 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국내 생산 기반이 마련되면 연구개발 비용 절감과 공급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지역 간 치료 접근성 격차를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환자와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면역세포 유전자치료제는 혈액암 분야에서 이미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고형암 환자들은 충분한 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고형암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기 어려운 분야다. 다만 새로운 치료법은 지금도 계속 개발되고 있고 치료 성과도 향상되고 있다. 오늘의 연구가 미래 환자들의 새로운 치료 기회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와 지원이 필요하다. 환자와 가족들도 희망을 가지고 치료에 임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