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나스닥’을 꿈꾸며 출범한 코스닥이 7월1일 출범 30주년을 맞지만, 축포는커녕 초상집 분위기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역대급 상승 랠리 중인 코스피와 달리 한국 양대 증시 지수라는 말이 무색하게 전 세계 주요 증시 중 꼴찌에 가까운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 초 시장에 피어올랐던 ‘삼천스닥’(코스닥 3000)에 대한 기대감도 옅어진 지 오래다. 올해 하반기부터 정부의 시장 활성화 정책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코스닥이 반등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4.10% 내린 851.37에 마감했다. 지난해 10월14일(847.96) 이후 약 8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코스닥은 올해 초만 해도 코스피와 함께 나란히 상승 곡선을 그려나갔다. 1월26일에는 2022년 1월 이후 약 4년 만에 ‘천스닥’(1000)에 재진입했고, 4월24일에는 1203.84를 찍으며 ‘닷컴 버블’ 시기인 2000년 8월4일(1238.80) 이후 25년여 만에 종가 기준 1200선을 넘겼다.
그러나 기세가 꺾이며 어느덧 900선마저 무너졌다.
코스닥이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존재감도 미약해졌다. 지난 26일 기준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합산 시가총액은 7364조15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코스닥 시총은 478조7740억원으로 비중은 6.50%에 그친다. 25일에는 6.39%까지 내려가며 1999년 5월12일(6.35%) 이후 27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23일에는 역대 처음으로 코스닥 시총(500조9414억원)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501조3869억원)에 뒤처지기도 했다. 연초 대비 수익률 역시 -8.01%로 세계 각국 주요지수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부동의 1위를 달리는 코스피(99.59%)와 대비됐다.
최근 코스닥의 침체는 대형 반도체주로의 유동성 집중 현상이 심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 자금이 강하게 몰리며 코스닥에 흐르던 자금이 빠져나갔다.
구조적으로는 코스닥의 취약한 기초체력이 성장 발목을 잡은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우량기업들은 성장 궤도에 오르면 코스피로 자리를 옮긴다. 엔씨소프트, 카카오, 셀트리온, 엘앤에프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최근에는 알테오젠마저 코스피 이전 상장을 추진 중이다. 개인 투자자 중심의 시장이라 특정 테마주나 작전성 수급에 시장 전체가 쉽게 흔들리는 점도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다만 올해 하반기부터 정부 정책의 훈풍으로 분위기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지 않다. 우선 국민성장펀드를 통한 대규모 자금 유입이 큰 기대요소다.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는 2030년 12월까지 첨단전략산업에 투자될 예정이다.
코스닥 시장 개편 방안도 구체화한다. 다음 달부터 이른바 ‘동전주’에 대한 상장폐지 요건이 강화된다.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인 경우 관리종목으로 먼저 지정하고, 이후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연속으로 주가가 1000원 이상을 유지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하는 내용이다. 코스닥 상장 유지 시가총액 기준은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높아진다. 2개 반기 연속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업종별 하위 20%인 상장사 명단을 공개해 기업들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시행된다. 상장사를 프리미엄·스탠다드 등 단계로 나누는 ‘승강제’(세그먼트 분리) 도입 방안은 9∼10월 중 구체화할 전망이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코스닥은 실적과 정책이 동시에 작용하는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심의 이익 개선 기대가 하방을 지지하는 가운데, 승강제 구체화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코스닥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