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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은 가게 옆 불꺼진 점포만…늙은 지방 원도심 ‘상권 몰락’

원주 중앙·일산 공실률 37% 1위
대구서문·춘천 명동서도 줄폐업
2040 신도시 유출에 창업도 줄어

28일 낮 12시 점심시간에 찾은 경기 동두천시 중앙로는 한산했다. 건물 1층 치킨집이 있던 자리에는 ‘임대문의’ 현수막이 붙어 있었고, 그 옆 카페가 있던 공간은 불이 꺼진 채 비어 있었다.

 

목욕탕과 편의점, 휴대전화 판매점, 부동산, 과일가게, 공구점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빈 점포가 이어졌다. 미군 부대와 전통시장, 중앙 상권을 중심으로 북적이던 거리는 이제 ‘임대문의’ 현수막이 채우고 있었다.

 

8일 낮 12시에 찾은 강원 춘천시 명동 브라운 5번가 상가에 ‘임대문의’ 현수막이 붙어 있다. 중개수수료 없이 상가 주인이 직접 임대한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이하늘 기자
8일 낮 12시에 찾은 강원 춘천시 명동 브라운 5번가 상가에 ‘임대문의’ 현수막이 붙어 있다. 중개수수료 없이 상가 주인이 직접 임대한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이하늘 기자

이곳에서 8년째 백반집을 운영하는 김모(48)씨는 “예전에는 가게 하나가 나가면 금방 새 주인이 들어왔는데 지금은 1년 넘게 비어 있는 곳도 많다”며 “빈 점포가 늘수록 상권이 더 빨리 무너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신모(65)씨는 “일자리가 있어야 사람이 들어오는데 기업이 없는데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며 “이대로 도시가 늙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두천은 고령화와 양주 옥정신도시 등으로 인구가 유출되며 소비 시장이 쪼그라들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17년 9만8000명이던 동두천시 인구는 올해 12.2% 감소한 8만6000명대로 줄었다.

 

경기 동두천시 중앙로의 한 식당이 영업을 중단한 채 임대문의 현수막만 내걸려 있는 모습. 이하늘 기자
경기 동두천시 중앙로의 한 식당이 영업을 중단한 채 임대문의 현수막만 내걸려 있는 모습. 이하늘 기자

경기북부뿐 아니라 강원과 경북, 충청 등 지방도시 곳곳에서 공실률이 치솟으며 원도심을 중심으로 상권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2026년 1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4.1%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1년 1분기(13.2%)보다 높고,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역으로 갈수록 상황은 심각하다. 올 1분기 강원 원주시 중앙·일산 상권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36.8%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대구 서문시장·청라언덕 36.2%, 경남 거제시 옥포 34.5%, 충북 제천시 중앙 33.8% 순이었다.

 

강원 춘천시 명동은 2021년 1분기 18.5%였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올 1분기 기준 25.1%로 증가한 상태다. 상가 4개 중 1개는 비어있는 셈이다. 이미 경기 포천시 시외버스터미널은 소규모 상가 3곳 중 1곳 이상(37.1%)은 빈 곳이다.

상가의 공실 증가는 단순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는 문제가 아니다. 내수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으로 자영업자 자체가 감소했고, 빈 점포를 채울 신규 창업 수요도 함께 줄어드는 구조적 현상이다. 실제 국세청에 따르면 전국 폐업 사업자 수는 2022년 86만7292명(폐업률 8.6%)에서 2024년 100만8282명(폐업률 9.04%)으로 증가했다. 관련 통계 집계 이후 100만명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또 지난해 전국 자영업자 수는 562만명으로 전년보다 3만8000명이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소비 패턴 변화에 더해 지역은 인구 유출까지 겹쳐 상권 회복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장희순 강원대 교수(부동산학)는 “고령화가 빨라지고 소비활동이 왕성한 20∼40대 인구 유출까지 겹치면서 지역상권은 침체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20여년 전 같은 문제를 겪은 일본처럼 빈 상가를 청년주택·시니어 주거 시설 등으로 용도 전환해 구도심에 다시 사람이 모일 수 있도록 하는 도시재생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