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하나인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체코전을 하루 앞둔 공식 기자회견에서 ‘마지막 월드컵에 임하는 각오’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에 손흥민은 “저 스스로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단정 지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주위에서 얘기하는 건 자유지만, 제 길은 제가 잘 선택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본인은 부정했지만, 이번 대회는 손흥민이 전성기 혹은 그에 필적하는 기량으로 임하는 마지막 월드컵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손흥민의 ‘라스트 댄스’는 허무하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2014 브라질을 시작으로 이번 북중미까지 네 번이나 월드컵에 출격했지만, 손흥민은 2022 카타르 16강 진출 외에는 세 번이나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말았다.
손흥민은 이번 월드컵에서 치른 세 경기에서 한 번도 풀타임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체코전과 멕시코전에선 원톱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장했지만 69분과 57분만 뛰고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남아공전에선 선발 명단에서 빠졌고, 후반전 시작과 함께 왼쪽 윙포워드로 투입됐지만 공격 포인트를 쌓는 데 실패했다. 앞선 세 번의 월드컵에서 3골을 터뜨려 안정환, 박지성과 함께 역대 한국인 월드컵 최다골 공동 1위에 올라 있었던 손흥민은 이번 북중미에서 단독 1위 등극이 예상됐지만, 3경기 0골이라는 초라한 결과를 받아들어야만 했다.
손흥민의 부진은 홍명보 감독이 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탓이 크다. 전성기 시절 세계 최고 수준의 스프린트 능력을 앞세운 돌파능력과 골 결정력을 자랑했던 손흥민은 30대 중반에 접어든 현재 그 능력이 다소 떨어졌고, 그라운드에서의 영향력이 현저히 줄어든 모습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상대 수비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출신이라는 이름값이 주는 중압감 때문에 손흥민을 집중 견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홍 감독은 이런 ‘손흥민 그래비티’ 덕에 생긴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1987년생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전성기에 비해 떨어진 활동량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전술적인 배려 속에 조별리그 3경기에서 6골을 터뜨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제 손흥민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가 공동 개최하는 2030 월드컵에 출전할지는 미지수지만, 내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2026 아시안컵에서는 여전히 한국 축구의 캡틴으로 활약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