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강력범죄 등에 한해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청소년 범죄 증가세가 쉽게 꺾이지 않기 때문이다.
처벌을 피하는 촉법소년 범죄가 최근 급증한 것 외에도 재범률이 성인보다 높다는 점에서 연령 하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연령 하향에서 그치지 말고 교화와 재범 방지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대한 범죄가 무엇인지 세세하게 정해야 하고, 소년원 프로그램·시설 개선으로 ‘교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상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촉법소년 연령 하향 선회 사실이 알려진 28일 “공론화를 통해 연령 하향이 문제가 아니라는 공감대를 얻고 싶었는데 드라마 ‘참교육’ 등 인기로 이러한 정부 절충안이 나온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연령을 낮춘다면 중범죄 범위를 분명히 하고 소년에게 불이익이 덜 가는 방향으로 세세하게 법이 바뀌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가정법원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도 “공론화 과정에서도 실효가 없다는 의견이 모여서 기존 연령 기준을 유지하겠다고 한 것인데 한 살 낮추는 게 범죄예방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살인·강간 등은 포함하고 온라인상 심각한 피해 끼치는 범죄는 아니라는 방식은 또 다른 논쟁을 낳을 수 있다. 어떤 범죄를 넣을지에 대해 충분한 숙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촉법소년 범죄는 증가 추세다.
2021년 1만2502명이던 촉법소년 수는 지난해 2만2598명으로 4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재범률도 성인에 비해 높다. 지난해 소년 보호관찰대상자의 재범률은 12.3%였지만 성인은 3.9%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높은 범죄율에 집중해 단순히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고 끝내는 게 아니라 재범을 막기 위해 교육 시스템과 소년원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안나 법무법인 LKB평산 변호사는 “구속 재판을 하면 1년 반 정도 구치소에 갇혀 있어야 하는데 성인과 함께 있고 하루종일 앉아서 반성문만 쓰고 있다”며 “하루하루 급성장하는 만큼 이 기간이 ‘골든타임’인데 무의미하게 보낸다. 교육·교화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청소년 단체인 탁틴내일의 이현숙 대표는 “소년들이 어떤 동기로 범죄 행동을 하는지, 무엇이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연구나 추적관찰이 부족하다”며 “높은 재범률은 재사회화가 실패했다는 방증인데 왜 그런지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 현행 시스템대로라면 아이들이 들어가서 범죄만 배우고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화·교육에 초점을 맞춘 특화된 절차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정창호 보금자리청소년회복지원시설 시설장은 “청소년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인지 변화가 빠르다”며 “범죄 발생 후 재판과 처분이 내려지기까지의 시간이 길어지면, 자신의 행동과 처벌 사이의 연관성을 체감하기 어려운 만큼 사건 발생 직후 신속하게 개입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소년범죄 예방을 위해 학교 교육과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현숙 대표는 “해외의 경우 촉법소년이 잘못했을 때 부모가 대신 처벌받기도 한다. 양육자의 교육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학교에서도 온라인 이용량이 많고 인권·성평등 교육이 부족한 현대사회 아이들을 어떻게 올바른 시민으로 키울지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연령만 낮추면 기대만큼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