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간판' 손흥민(LAFC)의 4번째 월드컵은 악몽으로 막을 내렸다.
뛰다가 교체되고, 중요한 순간 벤치에 앉았다. 본인은 물론, 이를 지켜본 팬들조차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한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 진출에 실패하며 짐을 쌌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체코에 2-1로 승리한 뒤 2차전에서 개최국 멕시코에 0-1 석패한 한국은 3차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1로 덜미를 잡혔다.
1승 2패(승점 3) 조 3위에 그친 한국은 각 조 3위 중 상위 8개 팀에게 주는 32강 와일드카드 티켓을 따지 못하고 최종 탈락했다.
북중미 월드컵은 손흥민의 4번째 월드컵 무대였다.
홍명보 감독과 함께 했던 생애 첫 월드컵인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 손흥민은 대표팀 막내로 고군분투했으나,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펑펑 울었다.
알제리와 조별리그 2차전(2-4 패)에서 월드컵 마수걸이 골을 넣었지만, 다급한 마음에 제대로 된 세리머니도 하지 못했다.
경험을 쌓고 주축 선수로 뛴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도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했다.
멕시코와 2차전(1-2 패)에서 환상적인 왼발 감아차기 슛으로 득점포를 가동했던 손흥민은 당시 세계랭킹 1위 독일과 최종전에서 쐐기골로 2-0 깜짝 승리에 앞장섰다.
절정의 골 감각을 선보였지만, 손흥민이 원하던 월드컵 결과는 아니었다.
2022년 카타르 대회를 앞두고는 소속팀 경기 도중 안와골절 부상을 입어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했으나, ‘마스크 투혼’을 발휘해 개인 첫 16강 진출이자, 한국 축구 원정 사상 두 번째 16강행을 견인했다.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최종전에선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울버햄튼)의 2-1 결승골을 도와 월드컵 3개 대회 연속 공격포인트를 작성했다.
4번째 월드컵 도전을 앞둔 손흥민은 누구보다 의지가 강했다.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가 공동 개최한 북중미 대회를 앞두고는 세계 최고 무대인 프리미어리그(EPL)를 떠나 미국프로축구(MLS) 로스앤젤레스FC(LAFC)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한국이 공동 개최국인 멕시코가 속한 A조에 편성되면서 손흥민의 계획은 꼬이기 시작했다.
조별리그 3경기 중 2경기를 고지대인 과달라하라에서 치르게 됐고, 나머지 한 경기도 고온 다습한 몬테레이에서 펼쳐야 했다.
월드컵 앞두고 소속팀에서 득점이 크게 준 것도 불안감을 키웠다.
우려 속에 시작한 월드컵에서 손흥민은 날아오르지 못했다. 체코와 1차전은 후반 24분, 멕시코와 2차전은 후반 12분 교체돼 벤치로 내려왔다.
두 경기 모두 문전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으나, 결국 골이 터지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그러나 손흥민의 이른 교체는 적잖은 논란이 됐다. 한 방이 있는 해결사를 너무 일찍 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남아공전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홍 감독은 아예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하는 초강수를 뒀다. 상대가 힘이 빠진 후반에 승부수를 보겠단 심산이었다.
전술적으로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었지만,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에이스를 뺀 결정은 0-1 충격패와 함께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교체될 때마다 굳어진 손흥민의 표정과 패배 후 좌절한 그의 모습은 팬들을 더 안타깝게 했다.
손흥민이 월드컵을 벤치에서 시작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침묵 속에 4번째 월드컵이 막을 내리면서 손흥민의 한국인 월드컵 최다골 신기록 달성은 불발됐다.
앞서 월드컵 본선에서 3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안정환, 박지성과 함께 이 부문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단 한 골만 넣으면 최다 득점자가 될 수 있었으나, 그 한 방이 부족했다.
1992년생인 손흥민은 다음 월드컵이 열리는 2030년 만 나이로 37세가 된다.
6번째 월드컵에 나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1985년생),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1987년생) 등을 볼 때 손흥민이 다음 월드컵에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손흥민도 이번 대회 전 '라스트 댄스'가 될 거란 전망에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단정 지은 적 없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모든 건 손흥민에게 달렸지만, 태극마크를 향한 그의 의지는 굳건하다.
<뉴시스>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