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여정이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된 가운데, 한국 축구의 고질병이 된 '해줘 축구'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북중미 월드컵은 29일(한국 시간)부터 대회의 '꽃'으로 불리는 토너먼트에 돌입했다.
이번 대회는 참가국이 32개에서 48개국으로 늘어, 토너먼트가 16강이 아닌 32강부터 펼쳐진다.
각 조 1, 2위는 물론, 조 3위 중 상위 8개 국가까지 32강에 참가해, 여느 때보다 토너먼트 진출이 쉬워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침 한국은 '개최국'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해볼 만한 상대들과 한 조에 자리해 어렵지 않게 32강엔 오를 거란 기대를 받았다.
실제 홍명보호는 지난 12일 체코와의 첫 경기에서 2-1 역전승을 거두면서 기분 좋은 출발을 보였다.
19일 멕시코전에선 0-1로 패배했지만, 나쁘지 않았던 경기력에 수문장 김승규(FC도쿄)의 실수에서 나온 실점이어서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진 않았다.
더욱이 25일 마지막 일정인 남아공전에서는 무승부만 거둬도 조 2위로 32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까닭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한국은 남아공전에서 전반 내내 상대에게 압도당했고, 설상가상 후반 18분에는 타펠로 마세코에게 선제골까지 내줬다.
이후 한국은 동점골을 위해 공격적인 전략을 펼쳐야 했지만, 처음에 들고나온 스리백 전술만 유지했다.
1-1을 만들기 위한 노력보다는 추가 실점을 하지 않기 위한 전략을 택한 듯했다.
남아공전 패배 이후에는 한국이 1승2패의 승점 3과 득실 차 -1을 기록해, 조 3위 상위 8개 국가에 주어지는 32강 진출권을 획득할 거란 예상이 따랐다.
통계 업체 '옵타'는 홍명보호의 32강 진출 가능성을 87.6%로 예상했으며,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무려 94%로 낙관했다.
그러나 홍명보호에 주어졌던 경우의 수 9가지 중 단 1개만 적중했다. 맞아야 했던 3가지 중 2개나 빗겨나가면서 결국 탈락하고 말았다.
말도 안 되는 경우의 수가 빗겨나갔다는 핑계보다는 애초 조 3위로 추락하게 된 한국 축구의 반복되는 '해줘 축구'가 진짜 문제로 떠올랐다.
'해줘 축구'란 현대 축구에서 요구하는 디테일한 전략·전술이 아닌, '골 넣어줘', '도움해 줘', '상대 공격 막아 줘' 등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는 스타일을 비꼬는 단어다.
에이스들이 팀을 이끄는 건 당연하지만, 팀 스포츠인 축구에서 그들이 '한방' 해주는 것에만 의지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본격적으로 축구 팬들 사이에서 사용된 건 지난 2024년 1월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었다.
당시 팀을 이끌었던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은 짜임새 있는 세부 전술보다는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이름값 있는 선수들의 기량에만 의존해 경기를 풀어나갔다.
아시안컵에선 이들의 실력만으로도 대회 4강까진 올랐으나, 그걸 간파당한 4강전에서는 요르단에 0-2 충격패를 당해 우승에 실패한 바 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이 이에 대한 책임으로 팀을 떠난 뒤, 홍 감독이 부임했는데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스리백을 택했지만 선수 능력을 극대화하는 유기적인 변화보다는 틀을 정하고 선수들이 그 역할 안에서만 움직이도록 했다.
자연스럽게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는 물론 황인범(페예노르트), 이재성(마인츠) 등 유럽 무대에서 누비는 선수들에게 의지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남아공전 패배 역시 이 해줘 축구에 발목잡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아공은 다른 팀들과 달리 한국의 장단점과 각 선수의 기량을 정확하게 분석한 듯 움직였다.
수비 라인은 공격할 때 높게 올리지만 상황에 맞춰 유기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고, 계속해서 왼쪽 측면을 공략해 선제골을 터트렸다.
리드를 잡은 이후에는 공격수까지 가담시키는 텐백(10명 모두 수비) 전략으로 바꿨다.
텐백을 사용하면 중거리슛, 슛 이후의 세컨드볼 등으로 실점 상황을 노출시킬 수도 있으나, 홍명보호는 박스 안에 많은 숫자를 두지 않는 것도 인지한 듯 철저히 지키는 데만 집중했다.
그 결과 남아공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토너먼트에 진출했고, 한국은 조기에 짐을 쌌다.
전문가들은 홍 감독의 사임 여부와 별개로 한국 축구가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축구계 인사는 "무능과 저능, 몰상식"이라고 지금의 한국 축구를 평가했다.
또 박찬하 해설위원은 "이번 월드컵을 보면서 월드컵 출전 48개국 중 우리보다 축구를 못하는 나라를 찾는 게 더 빠르다고 생각될 정도"라며 "이런 결과가 너무 실망스럽고, (이런 상황을 만든) 일말의 그 과정들이 너무 참담하다. 바뀌지 않으면 내년 1월 시작할 아시안컵 성적도 안 봐도 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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