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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 그 무서운 이름 [서아람의 변호사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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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고등학생이, 실은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학생들을 도박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작업장을 엽니다. 같은 반 학생을 바람잡이로 고용해 도박으로 큰돈을 벌었다고 자랑하고 돈을 쓰게 하고,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에게는 부모님 몰래 도박에 쓸 수 있는 돈을 빌려줍니다. 아이들이 도박에 빠져들수록 이자는 높아지고 불법 사채 조직과도 연결되며, 계속 돈을 갚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퍽치기나 무인가게 털기를 시켜 돈을 가져오게 합니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 ‘참교육’에 나오는 에피소드입니다.

 

현실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습니다. 2023년 김포에서는 고등학생 무리가 금은방 보안문을 부수고 들어가 30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친 특수절도 사건이 있었는데, 이 사건 또한 도박 빚이 범행 동기였습니다. 2026년 올해에는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 3000만원의 도박 빚을 갚아주지 않는다고 모친을 폭행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어린 녀석들이 도박은 무슨!”

 

어른들 입장에서는 그런 탄식이 나오겠지만, 사실 청소년 도박은 ‘이제야 문제되는 게 신기할 정도로’ 알기 쉬운 취약점입니다. 우리나라의 입시제도는 경쟁 중심적, 성취 지향적입니다. 학생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에 앉아 보내고, 건전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단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학교와 학원에 매여 있는 학생들은 짧은 시간에 쾌락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도파민’을 찾아 헤맵니다. 공부만 문제인가요? SNS의 일상화로 자기 과시, 명품 구매가 중요해지면서, 청소년들은 부모님이 주는 용돈만으로는 원하는 수준의 생활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명품 리셀, 중고 거래, 아르바이트 등 가외 수입을 찾게 됩니다.

 

그런 아이들의 손에 항상 쥐어져 있는 것이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과거에는 도박장을 직접 찾아가야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청소년들은 SNS, 오픈채팅방, 유튜브, 쇼트폼 영상 등을 통해 도박 콘텐츠를 접합니다. 심지어 유명 인플루언서나 유튜버가 직접 토토 사이트 광고에 나서기도 하고, 돈을 땄다고 라이브 방송에서 떠들기도 합니다. 스포츠 경기를 예측한다는 것, ‘베팅’이라는 단어와 그럴듯해 보이는 게시물들은 도박을 범죄가 아니라 투자나 게임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유치원생 시절부터 스마트폰 게임과 아이템 구매에 익숙해진 세대들에게는 이 모든 과정이 전혀 낯설지 않고 친숙합니다.

 

청소년기의 뇌는 보상과 쾌락을 담당하는 영역이 먼저 발달하는 반면, 충동을 억제하고 장기적 결과를 판단하는 전전두엽의 발달 정도는 더딥니다. 장기적으로 빈털터리가 될 거라는 계산보다는, 적은 돈이라도 우선 딸 수 있다는 기대감에 현혹되기가 더 쉽다는 뜻입니다. ‘원래부터 나쁜’ 비행 청소년들이 도박에 빠져드는 게 아니라, 도박이 비행 청소년을 만듭니다. 따라서 청소년 자신의 검열과 자정 능력에 막연히 의존하기보다는, 시스템적으로 청소년의 도박 접근을 어렵게 만들고 제재를 강화하며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을 엄격히 처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서아람 변호사
서아람 변호사

한국에서는 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이 문제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매년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를 하고 무료 교육 및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종 사행산업과 비디오물, 게임물에 관한 등급 및 관리 법규에 따라 실명제, 충전 한도 제한,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기간을 두고 있기도 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모든 것이 ‘일반적, 합법적’인 도박 관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뿐, ‘사설, 불법, 미성년’ 도박의 특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국에서는 주기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하면서 청소년들이 ‘어떤 경로로’ 도박을 접하게 되었는지 면밀하게 추적하여 단속에 반영합니다. 또한 유명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 인플루언서뿐만 아니라 ‘청소년에게 매력을 주는 인물’이 도박 관련 직간접 광고를 하는 것을 엄격히 제재합니다. 호주의 경우 온라인 도박에서의 신용카드 사용을 막아버렸는데, 이는 미성년자가 부모의 카드를 도용해 도박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과감한 조치였습니다. 또한 ‘벳스톱’이라는 사전차단제도를 운영해, 미리 등록한 사람에 대해서는 그 어떤 온라인 베팅 사업자도 스팸메일이나 스팸 메시지 같은 홍보 연락을 할 수 없도록 금지했습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도박에 푹 빠져 있는 사람에게 그 위험성을 알려줘야 한다는 것을 규제의 핵심으로 하는데, 도박 사이트 사업자는 도금을 유로화로 알기 쉽게 표기하여야 하고, 삼십 분마다 도박 사이트 창에 도박의 위험성을 알리는 팝업 화면을 띄워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다각적인 이런 시도들이 하나로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움직이는 것입니다. 가령 도박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경우, ‘원격도박법’ 제정을 통해 웹사이트 차단 및 결제 차단부터 광고 금지, 도박규제청 설치까지 종합적으로 아우르면서 도박중독자에 대한 헬프라인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없다고.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시기인 청소년기에, 고도로 자극적인 도박에 장시간 노출된 경험이 있다면 그 사람은 그 이후에도 중독에 시달리면서 살아가게 될 위험성이 매우 큽니다. 이는 본인의 의지 부족을 탓할 것이 아니라, 그토록 취약한 시스템을 설계한 사회 자체의 내재적인 문제임을 인정하는 것이, 도박 문제를 개선하는 첫 단추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