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경찰 지휘부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 국수본부장은 임기를 1년 남겨뒀지만, 현행법상 연령 정년(60세)이 우선 적용돼 30일 자리에서 물러난다. 국회에서 국수본부장의 임기 중 정년을 적용하지 않는 법안을 추진 중이지만 이달 안에 처리되긴 어렵다. 여야 간 22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 구성 협상이 지연되며 법안 심의가 사실상 멈춘 상태다. 치안을 총괄하는 경찰청장이 장기간 공석인 가운데 국수본부장까지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찰청과 국수본 양대 축이 동시에 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초유의 상황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경찰청장이 공석이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 등 수사 구조 개혁을 앞둔 상황을 고려해 정부가 국수본부장 인선을 일부러 미루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찰청이 아직 차기 국수본부장 인선 절차를 시작하지 않은 걸 봐도 그렇다. 국수본부장 공백은 대형 사건 대응이나 주요 수사 정책 결정 과정 지연으로 이어져, 결국 국민 피해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경찰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정부 관심이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가뜩이나 민생 수사 지연으로 국민의 고통이 커지고 있는데 너무 무책임하고 안이한 것 아닌가.
더 심각한 문제는 경찰 수장이 아직도 공석이라는 점이다. 조지호 전 경찰청장이 12·3 비상계엄 당시 경찰력을 동원해 국회 봉쇄에 가담한 혐의로 직무가 정지된 뒤 지난해 말 파면됐지만, 반년이 지나도록 후임이 임명되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1년이 지나도록 치안 수장을 임명하지 않고 직무대행 체제로 방치하는 건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더구나 정부가 경찰청장을 왜 임명하지 않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경찰청장이 없어도 될 만큼 하찮은 자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오는 10월부터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이 중수청으로 이관되는 대대적인 수사권 재편이 시작된다. 경찰은 중수청으로 이동할 인력 조정, 관할이 중복될 수 있는 사건의 수사권 조율, 일선 수사경찰의 역량 강화 등 중대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잠실개표소 집회 대응과 김병기 전 민주당 원내대표 수사 등 굵직한 현안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직무대행 체제로 감당하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는 경찰청장, 국수본부장 공백을 서둘러 메워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