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인공지능(AI) 시대 첨단산업 지도를 새로 그리는 야심 찬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보고회에서 발표한 ‘3대 메가 프로젝트’ 구상은 광주·전남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충청·강원권과 영남권에는 반도체·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이 대통령은 “대도약을 위한 삼각축”이라며 “지역이 주도하여 세계로 뻗어 나가는 한국형 AI 혁명을 완수하겠다”고 했다. 투자 규모만 향후 10여년간 2000조원을 웃도는 대역사로 박정희정부 시절 중화학공업 육성, 김대중정부의 정보기술(IT)·벤처 투자에 비견되는 산업구조 대개편이라 할 만하다. 망국적인 수도권 집중 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가균형발전이 핵심 생존전략”이라는 점에는 이론이 없다.
최대 관심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권에 800조원을 들여 조성하는 반도체 클러스터다. 4기의 메모리 전공정 생산시설(팹)과 협력사·인력 생태계를 구축해 제2의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폭발적인 (반도체)수요에 대응하기에 부족하다”면서 “전력, 용수, 인력 확보, 여러 인프라 등 인센티브 지원이 기대되는 광주를 후보지로 계획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최태원 SK 회장도 “D램 증산을 위해 용인에 600조와 청주에 100조, 서남권(호남)에 약 400조원의 반도체 클러스터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갈 길이 멀다. 정부가 호남권의 전력·용수 등 인프라 공급을 책임진다고 공언했지만, 반도체 입지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를 불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호남은 그동안 용수 부족과 가뭄에 시달려왔던 게 사실이다. 광주를 포함한 영산강 유역은 용수자립도가 20%대에 불과하다. 여수산업단지조차 2025년 이후 하루 최대 20만t의 물 부족을 겪었고 영산강의 수질도 주요 5대 강 중 최하위다. 간헐적인 재생에너지로는 반도체 가동이 어렵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도 취약하다.
호남 반도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다. 반도체 입지 여건이 호남보다 훨씬 나은 용인에서도 SK가 첫 삽을 뜨기까지 6년이나 걸리지 않았나. 이 대통령은 “오직 속도전만이 살길”이라고 했다. 빈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정부는 기업 투자가 차질을 빚지 않도록 용수부터 전력 공급, 소부장 기업 유인과 고급인재의 정주 여건 등에 이르기까지 재원과 일정을 포함한 정교한 대책을 빈틈없이 짜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