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학위를 취득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백수 박사’의 비중이 처음으로 30%선을 넘어섰다. 박사 학위 취득자는 늘어나는 반면, 고학력자들을 수용할 양질의 일자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30세 미만의 청년 박사 두 명 중 한 명은 무직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국가데이터처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신규 박사 학위 취득자 조사’ 결과, 2025년 2월과 전년도 8월에 졸업한 박사 학위 취득자 1만498명 중 재직 중이거나 취업이 확정된 비중은 66.7%로 집계됐다. 구직활동에 나섰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했거나,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무직자 비율은 33.3%로 조사됐다.
졸업 후 일자리가 없는 박사의 비중은 2018년까지만 해도 20% 중반 수준에 머물렀다. 2019년에는 29.3%로 급증했지만, 이후 30%까지 미치지는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3.7%포인트 급증하며 30%를 처음 넘어섰다.
무직자가 급증한 것은 직업이 없는 상태에서 구직활동도 하지 않은 ‘비경제활동인구’의 비중이 늘어서다. 구직활동에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실업자 비중은 지난해 27.7%로 1.1%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비경제활동인구 비중은 5.6%로 2.6%포인트 급증했다. 이는 전임교수나 정부출연기관의 연구직, 대기업 연구개발(R&D)직과 같은 양질의 박사급 일자리가 충분히 늘지 않은 영향으로 보인다.
박사 학위자를 1차적으로 흡수하는 대학들도 학령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전임교원을 줄이고 시간강사 채용을 늘리는 추세다. 교육부의 ‘2025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고등교육기관 전임교원은 8만6701명으로 전년 대비 617명(0.7%) 줄었고, 비전임교원은 15만3923명으로 4261명(2.8%) 증가했다.
특히 30세 미만 청년 박사 중 무직자는 51.1%로 역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청년층 역시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세가 두드러졌는데, 2024년 2.6%에서 지난해 7.9%로 급증했다. 35~39세의 무직자 비율은 32.8%, 40~44세는 22.1%, 45~49세는 16.6%로 연령이 낮을수록 무직자의 비중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 확산이 전문직 일자리의 감소를 불러오며 박사 구직난이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챗GPT가 출시된 2022년부터 3년간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11.2%), 출판업(-20.4%), 전문 서비스업(-8.8%), 정보 서비스업(-23.8%) 등에서 15∼29세 고용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전문직에 해당하는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의 취업자는 지난 5월까지 6개월째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AI 영향으로 전문직 신입 채용이 위축됐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는 직접적인 영향에 관한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청년 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일자리 대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여기에는 AI 확산에 따른 고용시장 재편에 대응하는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첨단산업 인재양성 부트캠프 현장에서 “청년들의 체감 고용 여건을 조속히 개선하기 위해 ‘청년뉴딜 추진방안’ 핵심 과제를 빠르게 집행하고 추가 보완 과제도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