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의 구마모토는 일본이 쇠퇴한 자국의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해 전략적으로 키워 온 지역이란 점에서 대한민국 ‘미래 반도체 허브’로 낙점된 호남에 본보기가 될 수 있다.
2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구마모토에는 2024년 12월 양산에 들어간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의 일본 자회사 JASM의 제1공장을 비롯해 각각 파워반도체와 차량용 반도체 회사인 미쓰비시전기와 르네사스가 거점을 두고 있다. TSMC가 구마모토를 선택한 데는 풍부한 지하수와 저렴한 전기료, 안정된 지반 등 여러 강점이 작용했다. 구마모토가 위치한 규슈 지방은 원전 4기(센다이원전 1·2호기, 겐카이원전 3·4호기)가 24시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며 일본에서 유일하게 전력이 남아도는 지역이다. 화산인 아소산 지하에 연간 총량 6억4000만t(톤)의 지하수 등 ‘깨끗한 물’도 풍부하다.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전폭적인 지원도 한몫했다. TSMC가 2021년 10월 구마모토 공장 설립 계획을 밝힌 지 6개월 만에 착공에 들어가 22개월 만인 2024년 2월 준공했다. 같은 해 말 제2공장도 삽을 떴다. 구마모토현은 TSMC 전담 부서를 설치했고, 환경영향평가와 용수 사용 허가, 도로 정비 등 복잡한 인허가 절차도 일사천리로 통과했다. 일본 정부는 TSMC의 투자 금액 중 상당부분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반도체 ‘소부장’ 기업과 숙련 인력이 많은 것도 매력적이었다. 규슈는 1960년대부터 반도체 공장이 들어섰고, 일본 집적회로(IC) 생산의 약 40%를 차지하는 등 반도체 집적지로 자리 잡았다. TSMC가 구마모토 공장 건설을 공식 발표하기 전인 2016년 기준 규슈에는 이미 웨이퍼를 만드는 SUMCO를 비롯해 제조장비를 다루는 도쿄일렉트론규슈, 본딩와이어의 다나카전자공업, 검사 장비의 어드밴테스트 등 전 공정이 가능한 반도체 분야 40개, 전자 분야 31개, 생산설비 분야 39개 기업이 자리하고 있었다. 반도체 관련 기업이 새로 들어오기 좋은 소부장 산업 기반이 이미 형성돼 있었던 셈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수도권 유일의 반도체 특화단지인 구미의 경우 SK실트론과 LG이노텍 등 300여개 반도체 관련 소부장 기업이 있다”며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성공하기 위해선 대경(대구·경북)권의 반도체 소부장 허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