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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남행 환영하지만, 전북은 어디에…” 커지는 소외감, 분산 배치 요구 확산

삼성·SK 호남권 투자 발표에 정치권·시민사회 잇단 성명
“새만금·익산·정읍도 포함해야” 균형 발전론 부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9일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지로 광주·전남을 선택하면서 전북 지역사회가 기대와 아쉬움이 교차하는 복잡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산업을 지방으로 분산하겠다는 정부 정책 기조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작 전북이 핵심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전북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이번 결정을 호남권 전체의 성과로 평가하면서도 새만금과 익산, 정읍 등을 포함한 분산 배치 필요성을 잇달아 제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권 반도체 투자 추진을 환영한다”며 “호남이 국가 첨단산업 육성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만큼 이번 투자가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특정 지역에만 투자가 집중될 경우 균형발전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며 “전북이 새로운 첨단산업 생태계 조성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의 균형 있는 투자 배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당은 특히 익산과 정읍의 입지 경쟁력을 부각했다. 익산은 호남선과 전라선이 교차하는 KTX 교통 중심지로 전국적인 접근성을 갖췄고, 새만금과 군산항을 연결하는 물류 거점이라는 점을 강점으로 제시했다. 정읍 역시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첨단 방사선연구소 등 국가 연구시설이 집적돼 반도체 소재와 첨단산업 연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민선 9기 전북도지사직 인수위원회도 앞서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전북도민들이 깊은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며 정부에 호남권 내 분산 배치를 강력히 요구했다.

 

인수위는 “새만금은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용수, 광활한 부지, 트라이포트 물류망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요구하는 핵심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전북이 다시 삼중 소외를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수백조 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가 광주·전남에만 집중될 경우 도민들 사이에서 거론되는 ‘사중 소외’가 현실화할 수 있다”며 “청년들이 떠나지 않고 전북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새만금을 포함한 분산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진보당 전북도당도 이날 성명을 통해 민주당과 지역 정치권을 향해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진보당은 성명에서 “새만금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는 단순한 기업 유치가 아니라 전북의 생존과 미래가 걸린 문제”라며 “민주당 정치권이 당권 경쟁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전북의 산업 기반 마련에 정치적 책임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북은 지난 20년간 20만 여명의 청년이 지역을 떠났고 대부분 시·군이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며 “새만금 반도체 클러스터는 전북 소멸을 막을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소재산업 기반을 보유한 익산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경철 전 익산시장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익산과 동우화인캠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박 전 시장은 “익산에는 국내 최대 반도체 소재 기업인 동우화인캠이 자리 잡고 있으며, 반도체용 고순도 케미컬과 포토레지스트 등을 생산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공급하고 있다”며 “호남에 반도체 소부장 기반이 없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익산 시민들은 30여 년 동안 위험성이 높은 화학 공정을 감내하며 동우화인캠을 지역 기업으로 키워왔다”며 “삼기산단과 국가산단 등에는 반도체 시설을 즉시 설치할 수 있는 기반도 갖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전북 지역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새만금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제조공장 조성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연계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역 산업계 관계자는 “광주·전남 투자가 곧 전북 배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호남권 전체의 승수 효과를 위해 새만금과 익산, 정읍 등이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북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로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추가 투자 유치가 아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겠다는 국가균형발전의 취지가 호남 내부에서도 실현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논의가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전북이 어떤 역할을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