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 1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부지 밖 은행나무에 제초제를 주입해 고사에 이르게 했다는 비판을 받는 환기미술관이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서울환경연합과 부암동 주민 등이 참여한 ‘부암동 은행나무 살리미 60인’은 29일 오후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미정 환기미술관장과 환기재단을 형법상 재물손괴, 토양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환기미술관은 지난 4월 조경업체 직원 2명을 통해 미술관 인근 은행나무 뿌리 부근에 제초제를 주입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나무는 미술관이 아닌 소유주 49명의 공동사유지에 위치했다. 미술관 측은 나무 뿌리가 맞닿은 미술관 담벼락 밑을 파고들면서 해당 나무로 담벼락에 금이 갔다고 판단하고 이에 구청 민원, 토지 소유주 접촉 등을 시도하며 제거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다만 한 주민은 “담벼락 문제와 나무는 무관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갈라진 부분은 5년 전 사진에도 있던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은행나무의 생존 여부는 현재 불확실한 상태다. 우종영 수목 수리기술자에 따르면 잎의 약 90%가 탈색∙변색됐으며, 국립산림과학원이 점검한 결과 수관 60%에서 제초제 피해 양상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고발인들은 나무에 대한 손상 외에도 미술관 측이 제초제 성분과 주입량 등을 공개하지 않았고, 미상의 액체가 토양에 스며들어 주변 토양 등이 오염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함께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은행나무 한 그루의 문제를 넘어 도시의 나무를 무단으로 훼손하는 행위 전반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며 “도시의 생명을 사유재산으로만 취급해 온 사고방식을 바꿔야 할 때”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