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80대 아내를 폭행해 살해한 70대 남편이 중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잠을 자던 태국인 아내의 얼굴에 끓는 물을 부어 중화상을 입힌 40대 남성에게도 최근 징역형이 내려졌다. 경기 의정부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사건으로 가해자들이 잇따라 중형 처벌을 받는 가운데 경기 북부 지역의 가정폭력 신고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경기북부 10개 시·군 관할 경찰서에 접수된 가정폭력 112 신고는 1만9776건으로 전년(1만7079건)보다 2697건(15.8%) 증가했다. 2022년(1만7666건)과 비교해서도 11.9% 늘며 최근 3년간 가장 많은 가정폭력 건수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고양시가 4331건, 남양주시 3629건, 파주시 3433건, 의정부시 2797건, 양주시 2123건 등의 순으로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많았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파주(33.0%), 의정부(32.2%), 양주(30.6%)가 가장 두드러지게 높았다. 구리시도 2024년 신고 건수 1068건을 기록해 전년(762건)보다 40.2%가 증가했다.
더 우려되는 점은 가정폭력이 재발할 고위험 가정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의 최근 ‘경기도 가정폭력 현황과 과제’ 리포트에 따르면 경기북부의 재발 우려 가정은 2023년 1만가구당 7.4가구에서 2024년 13.3가구로 79.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기 남부지역은 8.3가구에서 8.7가구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국 기준으로는 1만가구당 평균 6.6가구에서 6.3가구로 되레 감소했다. 가정폭력 재발우려 가정은 경찰이 신고이력과 폭력 정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지속 관리하는 고위험 가정을 말한다.
이같이 경기북부지역 가정폭력 노출 위험이 커진 것에 비해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 조치는 ‘제자리걸음’이다. 경기도의 가정폭력 신고 대비 긴급 임시조치 비율은 3.3%에 머물고 있다. 현장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각 분리하는 등의 적극적인 보호 수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2021년 8월 경기 고양시에서 경찰에 14차례나 신고했음에도 출동 경찰이 ‘단순 시비’로 판단해 가정폭력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은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신고 건수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재단은 지역특성을 고려한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정혜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정폭력은 반복성과 은폐성이 강한 범죄인 만큼 신고 이후 피해자를 얼마나 신속하게 분리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경기북부는 경기남부보다 재발우려 가정 증가폭이 훨씬 큰 만큼 지역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피해자 보호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2024년 기준 경기도의 가정폭력 신고 비율(인구 1만명당 신고 건수)은 53.4건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았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경기도의 경우 평균 7.2분마다 1건의 가정폭력 신고가 발생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