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에 대한 이란군의 공격 이후 며칠 동안 공습을 주고받은 미국과 이란이 공격을 중단하고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란 측이 회담 개최를 부인하는데다, 호르무즈해협 관리권에 대한 양측의 이해가 근본적으로 달라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스라엘·레바논 휴전 논의도 계속되고 있어, 정작 이란 핵 협상은 뒤로 밀리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회담을 요청했다”며 “30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이날 국영TV에 “이번 주에는 (미국과 이란) 실무그룹의 기술 회의가 예정돼 있지 않다”며 부인했다.
앞서 미국 액시오스는 전날 미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양측이 물리적 군사작전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으며, 도하에서 만나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분쟁 해결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양국 간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열흘여 만에 무력 충돌이 재발한 것은 MOU 문구 해석의 차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MOU 5조는 ‘이란은 상업 선박들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최선을 다해 조처할 것’을 언급하고 있다. 이란은 이를 근거로 호르무즈해협의 관리 권한이 자국에 독점적으로 주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MOU가 이란에 해협 통제권을 부여한 것이 아니며 국제 해협에서 항행의 자유는 국제법에 따라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당초 스위스에서 30일 만나 이란 핵 프로그램을 논의하기로 했던 미국과 이란은 회담 장소를 중동으로 변경하고 논의의 초점을 호르무즈해협 문제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해협 관리와 관련한 의제가 앞서면서 이란 핵 문제는 다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호르무즈해협 관리권에 대한 이견이 명확해, 도하에서의 협의 이후에도 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회의에서는 레바논 문제도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은 MOU 1항의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점령지 철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도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 마즈달 준 마을에 있는 약 200m 길이 지하 터널을 타격했다. 이스라엘은 해당 터널이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무기고라고 주장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익명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최근 미국 중재로 합의한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평화안에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 안보지대 내 위협에 대한 행동의 자유를 유지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나비 베리 레바논 국회의장과 이날 전화회담을 통해 MOU의 이행 여부를 감시하는 ‘휴전 감시 전투 통제부대’를 신설하기로 했다고 이란 ICANA통신이 전했다. 다만 헤즈볼라와 정치적 동맹인 베리 의장이 미국 중재 평화안에 대해 “레바논의 권리를 지키는 합의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의회 승인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접점을 찾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양국이 MOU를 위협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시간을 쏟을수록 포괄적인 평화협정과 핵 합의에 쓸 시간은 줄어든다”며 “‘이것은 2차 협상에서 원래 다루고자 했던 본안들의 진전에 좋은 신호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