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말이다. 정치인의 신념과 철학, 정당의 지향점은 그들의 말 속에 담긴 메시지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전달된다. 누가, 왜, 어떤 시점에 그런 발언을 했느냐를 두고 시시각각 뉴스가 쏟아진다. 권력자는 말이 갖는 힘을 안다. 대통령, 대선 주자, 여야 대표 등은 메시지 관리에 사활을 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에는 인터넷에 올리는 문장의 토씨 하나에도 공을 들인다. 팬덤의 시대, 유력 정치인의 말과 동선을 중심으로 여의도를 톺아보면 권력의 흐름이 포착된다. 그 말이 때론 정치인에게 치명적인 비수가 되기도 한다. 언론이 집요하게 정치인의 입을 쫓는 이유다.
① 與, 상임위 배정 등 단독 처리 수순
더불어민주당은 30일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위한 각 상임위원장 선출 및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야당 반발 속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할 태세다. 민주당이 8월17일 차기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원 구성 및 차기 총리 인준 절차를 더 늦출 경우 새 지도부 선출 이후에도 국회를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할 수밖에 없어서다. 국민의힘은 “더는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여야 관계는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전날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해 이날 오후 2시 본회의를 열겠다고 공고했다. 조 의장은 당초 지난 24일까지 상임위 명단을 제출하라고 양당에 통보했는데 민주당만 응했다. 국민의힘은 26일까지 명단을 제출하라는 조 의장의 거듭된 통보에도 불응했다. 이에 조 의장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상임위 명단을 의장 직권으로 마련해 공문으로 전달했다. 국회법 48조에 따르면 상임위원의 임기만료 3일 전까지 각 교섭단체는 의장에게 상임위원 선임을 요청해야 한다. 이 기한을 지키지 않으면 의장이 상임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
민주당 한병도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내일(30일)을 넘기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이달 내 원 구성 기조에 쐐기를 박았다. 국민의힘이 법제사법위원장직을 요구하며 ‘버티기’ 중인 데 대해선 “국익과 민생조차 정쟁의 제물로 삼아 정부의 성과를 막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불수용 의사를 재확인했다. 정치권에선 18개 상임위 중 민주당 몫의 11곳 위원장 선임을 먼저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법사위에 더해 경제 관련 상임위인 정무·재정경제기획·국토교통·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 등을 민주당이 가져가는 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상임위원장직 몇개 더 받아내겠다고 여당을 상대로 구걸하거나 간청할 마음이 없다”며 “이제 더 이상 만남을 위한 만남, 협상을 위한 협상은 없다”고 했다. 그러고선 “더 이상 야당의 협조는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한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도 상임위원장 선출 안건과 나란히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차기 당대표직에 도전하려는 김민석 총리가 당권 레이스에 본격 합류하려면 국회가 후임자 인준 절차에 속도를 내야 하는 점과 관련이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총리가 인사청문 절차가 마무리되는 것까지는 지켜보고 총리직을 사퇴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② 宋, 봉하행···불붙은 ‘적통 경쟁’
민주당 당권 주자인 송영길 의원은 30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다. 당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맡았던 김영호 의원과 허종식 의원, 김상욱 울산시장 당선인이 동행할 예정이라고 송 의원 측이 예고했다. 김 의원은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최고위원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송 의원의 봉하 방문은 당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화하기에 앞서 자신이 노 전 대통령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적통’임을 내세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송 의원의 봉하행은 또 다른 당권 주자인 정청래 전 대표를 겨눠 “완전히 노 전 대통령과 등을 져서 장례식에 참석도 못 했었다”고 주장한 지 하루 만이다. 송 의원은 KBS라디오에 나와 정 전 대표가 ‘노무현 정신’을 강조하는 데 대해 “아마 김민석 총리를 공격하려고 (그러는 것 같은데) 다른 분은 몰라도 정 전 대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당권 주자인 김 총리가 16대 대선 국면에서 노 전 대통령과 결별하고 정몽준 후보의 손을 잡았던 일을 정 전 대표가 문제 삼을 순 없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해석됐다.
정 전 대표는 즉각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정 전 대표는 “저는 노 전 대통령 서거일에 중국에 있었다. 소식을 듣고 다음 날 아침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도착해 집에도 안 가고 바로 봉하마을로 갔다”고 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영결식과 노제 현장에서 바라봤던 모습들을 일일이 언급하며 “‘정청래는 거기 참석하지 않았다’라는 말을 듣고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참 서글픈 현실이다”라고 했다. 정 전 대표는 송 의원이 사과하지 않을 경우 “제 명예를 위해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