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 부족에 시달리는 서울의 철도나 다리 아래 유휴 부지, 한강 위, 혹은 건물 상부 공간에 집을 지을 수는 없을까. 서울에서 지상이 아닌 새 공간에 주택을 짓는 게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현행 법체계가 이를 주택으로 인정하지 않는 한 실제 공급 모델로 자리 잡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LH토지주택연구원에 따르면 현행 부동산 관련 법체계는 주거 가능한 공간을 ‘토지 위에 세워진 건축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토지 외 공간에 지은 주택은 부동산으로 인정받기 어렵고, 건축 허가나 주소 부여는 물론 금융·세제 혜택에서도 배제된다.
강 위에 짓는 모듈러 주택은 서울처럼 신규 택지 확보가 어려운 도시에서 새로운 공급 대안이 될 수 있다. 공장에서 주택 모듈을 미리 제작한 뒤 수로로 운송해 현장에서 조립·설치하면 공급 속도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현행 제도가 이 같은 새로운 주거 형태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법·제도 정비가 되지 않으면 주택 공급 대안으로서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정은 LH토지주택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수면과 공중 공간을 법적 대지로 인정하고 주소를 부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도로와 고가, 기존 건물 상부의 소유권 및 개발 권리를 명확히 하고 증축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제도 안에서도 유휴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진행되고 있다. 현재 서울에서는 장기 공영차고지 상부 개발과 북부간선도로를 활용한 ‘신내 공공주택사업’ 등 입체 복합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송파구 장지동 버스차고지를 복합 개발해 공공주택 658가구를 공급하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차고지 상부에 공공주택이 들어서는 첫 사례로,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북부간선도로 상부에 ‘미니 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의 경우 중랑구 신내IC와 중랑IC 사이 북부간선도로 구간 위에 총 766가구 규모의 공공주택과 공원 등을 짓는 입체 복합개발 주거단지로 2029년 준공이 목표다.
이는 수면이나 공중 공간을 별도 대지로 인정하는 주거 형태와 다르지만, 택지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기존 도시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참고 사례로 꼽힌다. 이 같은 사업이 택지 부족을 보완하는 새로운 주거 공급 모델로 자리 잡으려면 다양한 공간 활용을 허용하는 유연한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덴마크는 수상 주택 단지인 ‘어반 리거’를 건축물로 인정하고 주소를 부여했으며, 네덜란드는 지방자치단체가 수면 임대료를 관리하는 공공 수면 임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책임연구원은 “도로 위·아래, 기존 건물 상부의 공중, 고가 하부의 아치 공간 등을 주거 공간으로 전환하려면 먼저 권리관계부터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며 “제도적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민간 투자가 이뤄지긴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