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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의 삶, 있는 그대로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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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나 코리아’ 쇨베르 감독·최성재 작가

덴마크인 감독, 5년간 집요한 취재
“온전히 탈북 알 수 없어 겸손한 접근
방향성 꼭 맞춘 김민하 열연에 감탄”

봉준호 통역 ‘샤론 최’ 각본가 데뷔
“韓·덴마크 시선 결합 기대감에 합류
혜선의 생경한 경험 그대로 보여줘”

영화 ‘하나 코리아’(8일 개봉)는 함경도 출신 21세 여성 ‘혜선(김민하)’이 남한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국정원 조사 등 귀순 절차를 거쳐 혜선이 하나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영화의 전반부를, 사회에 나가 홀로서기 하는 과정이 후반부를 이룬다.

 

하나원에서 혜선은 간단한 영어를 배우고, 체크카드로 물건 사는 법 등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기본 생활 교육을 받는다. 간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독립해 일과 학업을 병행하지만, 안전망 없는 낯선 사회에서의 삶은 녹록지 않다. 피로와 싸우며 하루하루 나아가는 가운데, 고향에 남은 병든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은 그를 흔든다.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 최성재 작가(왼쪽부터).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 최성재 작가(왼쪽부터).

이 영화를 연출한 이는 덴마크 감독 프레드릭 쇨베르다. 영화 ‘기생충’ 오스카 레이스 당시 봉준호 감독의 통역으로 ‘샤론 최’라는 이름을 알린 최성재 작가가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했다. 두 사람을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났다.

 

덴마크 감독이 탈북 여성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계기가 무엇일까. 쇨베르 감독이 16년 전 다큐멘터리를 선보이기 위해 처음 한국을 찾았을 당시, 우연히 만난 두 남성이 “우리의 소원은 하나”라고 말한 장면을 본 것이 오래도록 그의 마음에 남았다. 이후 하나원을 취재해 라디오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고, 한 체제에서 전혀 다른 체제로 건너간 사람들이 겪는 내면 변화에 천착하게 됐다.

 

영화의 직접적인 출발은 2019년, 한국에 온 지 1년 된 탈북민 ‘효린’을 만난 것이었다. 쇨베르 감독은 이전에도 취재 차 수많은 탈북민을 만났지만, 유독 효린에게 깊은 연결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효린은 자신의 이야기를 정말 솔직하게 들려줬다”며 “그가 ‘남북 분단이라는 맥락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외부인인 당신이 이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응원한 것이 영화를 만들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되돌아봤다.

 

영화는 한국과 덴마크 공동 제작으로 완성됐다. 감독은 5년간 한국을 10차례 이상 방문해 수개월씩 머무르며 효린과 교류했고, 한국 스태프들은 그가 없을 때도 효린의 삶을 꾸준히 따라갔다. 쇨베르 감독은 “효린의 삶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들이되, 아무리 애써도 그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겸손한 태도로 작업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하나 코리아' 스틸컷.
영화 '하나 코리아' 스틸컷.

2021년 공동 각본가로 합류한 최성재 작가는 한국과 덴마크의 협업 자체가 참여의 중요한 동기였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 덴마크, 서로 다른 시선이 만나면 기존과 다른 영화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시나리오는 여러 방향으로 수정을 거쳤다. 최종적으로는 자극적 사건과 혜선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덜어내고, 혜선이 한국 사회를 마주하며 겪는 생경한 경험에 집중하는 쪽으로 정리됐다.

 

최 작가는 “탈북은 우리가 완전히 알 수는 없는 경험”이라며 “그러한 무지를 인정한 채, 혜선의 경험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혜선은 누구에게도 자신의 경험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하는 인물이지만, 그래도 조금씩 외부와 연결되는 순간을 만들어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김민하는 섬세한 연기로 혜선 캐릭터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과묵한 혜선은 종종 긴 말 대신 침묵과 망설임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인물. 말로 설명되지 않는 혜선의 내면을 표현하는 김민하의 연기는 캐릭터에 생동감을 더한다. 한국 생활이 길어지며 함경도 사투리가 점차 옅어지는 변화 역시 인물을 표현하는 인상적 디테일이다. 쇨베르 감독은 “김민하는 첫 미팅부터 혜선이라는 인물을 깊이 이해했고, 제작진의 방향성과 동기화되어 있어 정말 놀라웠다”고 돌아봤다.

영화 '하나 코리아' 스틸컷.
영화 '하나 코리아' 스틸컷.

혜선의 모델이 된 효린은 현재 남한 땅 어딘가에서 실제 간호사로 사는 20대 여성. 쇨베르 감독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그가 영화를 보고 “내 삶이 이해받은 느낌”이라며 “딸과 손녀에게도 이 영화를 보여주며 내가 어디서 왔는지 설명할 수 있게 됐다”고 감격했다고 전했다. 이 일화를 언급하며 쇨베르 감독은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순간 중 하나였다”고 회고했다. “효린은 낯선 곳에서 삶을 다시 시작하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지켜냈죠. 그 강인함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