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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투표지, 유권자보다 10% 더 확보가 국제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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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민주주의선거硏 라아넬라 총괄

“용지 남는 위험을 감수 하는 게
한 명 투표 못하는 것보다 나아”

“선거의 본질은 ‘내일 다시 오라’고 말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투표용지가 남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유권자 한 명이라도 투표하지 못하게 되는 위험보다 낫습니다.”

 

전 세계 민주주의 제도와 선거관리 개선을 지원하는 정부 간 국제기구의 선거관리 전문가가 우리나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투표용지는 예상 투표 인원이 아니라 ‘투표할 수 있는 최대 유권자 수’를 기준으로 준비해야 한다며, 등록 유권자보다 10%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 국제 선거 실무의 일반적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30일 국제민주주의선거지원기구(International IDEA)에서 선거 절차 분야를 이끄는 테레즈 피어스 라아넬라(Therese Pearce Laanela·사진) 총괄은 지난 24∼25일 세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선거관리기관은 준비 부족이나 오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1995년 설립된 국제IDEA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본부를 둔 정부 간 국제기구(IGO)로, 민주주의 제도와 선거관리 역량 강화 등을 연구·지원하는 유엔 공인 국제기구다. 독일·프랑스·캐나다 등 35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라아넬라 총괄은 이 기구의 창립 멤버 출신으로, 유엔개발계획(UNDP)·미국 카터센터 등에서 선거지원과 국제 선거참관 활동을 해온 선거관리 전문가다.

 

라아넬라 총괄은 투표용지 부족과 같은 선거 당일 투표 관리 문제에 대해 “선거는 거대한 물류 작업”이라며 “계획은 실패할 수 있고, 지연은 발생할 수 있으며, 시스템은 고장 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안에서 평등선거권과 유권자 접근성, 실질적 투표권 행사 원칙을 의도적으로 침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투표용지 부족의 의도치 않은 결과로 선거권이라는 근본적인 정치적 권리가 훼손됐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국제 선거 실무에서 통용되는 기준은 “등록 유권자보다 10% 더 많은 투표용지를 준비하고, 부족 사태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몇 명이 투표할 것으로 예상되는가’, ‘지난 선거에서는 몇 명이 투표했는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최대로 몇 명까지 투표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6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 26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이어 “물론 이렇게 하면 투표용지가 남아 폐기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선거의 본질은 ‘내일 다시 오라’고 말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투표용지가 남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유권자 한 명이라도 투표하지 못하게 되는 위험보다 낫다”고 강조했다. 비용과 효율성보다 참정권 보장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특수성과 관련해서는 “여러 기관과 행위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 책임을 묻는 일은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지방선거까지 관할하는 국가 단위의 선거관리기관이 있는 경우, 조정에 대한 최종 책임은 결국 그 기관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실수는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정상적인 일”이라면서도 “중요한 것은 그 실수에서 교훈을 얻고, 그 교훈을 향후 절차 개선에 반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공정선거를 요구하는 집회가 이어지는 데 대해서는 “공개적인 시위는 선거 과정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신뢰 회복은 실패의 근본 원인에 대한 완전한 투명성과 공식적인 조사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어 “명확하고 일관된 메시지와 실패에 대한 인정,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