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전범 아돌프 히틀러(1889∼1945) 전 독일 총통의 집무실 일부 공간이 주택 등 건설을 위해 철거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독일인들 사이에서 “역사의 교훈을 위해 보존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일부는 ‘박물관으로 개조하자’는 아이디어도 제시하는 모습이다.
30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베를린 시내 중심가에는 2차대전 발발 직전인 1939년 히틀러의 명령으로 지어진 ‘신제국 총리실’(New Reich Chancellery) 청사가 있었다. 히틀러가 가장 좋아했던 건축가 알베르트 슈페어(훗날 군수부 장관 역임)가 공사를 책임졌다. 2차대전 기획의 중심지요 출발점인 동시에 나치 정권의 재앙적 종말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2차대전 말기 소련(현 러시아) 군대의 공격으로 심각하게 훼손된 이 건물은 동·서독 분단 시절인 1949년 동베를린에 주둔한 소련군에 의해 끝내 철거됐다. 유일하게 남은 것은 총리실 직원들의 대피 공간으로 쓰인 지하 벙커뿐이다. 히틀러가 1945년 4월30일 연인 에바 브라운과 함께 자살한 총통 전용 벙커가 있던 곳에서 북쪽으로 120m쯤 떨어져 있다.
최근 베를린시 당국은 이 벙커마저 철거하고 그 위에 아파트와 사무실을 짓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 시 관계자는 “벙커를 이대로 방치하는 경우 자칫 네오 나치 세력이나 극우파들의 성지 순례 장소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벙커를 없애는 데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시민은 BBC와 인터뷰에서 “이곳은 나치 독일 권력의 심장부이자 가해자들의 범죄 현장”이라며 “그 마지막 남은 유적마저 철거하는 것은 절대적인 광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 독일에서는 (옛 동독의) 공산주의 역사도, 나치 역사도 모두 파괴되었다”며 “계속 그렇게 하도록 둘 순 없다”고 덧붙였다.
건축 전문가들은 벙커 상태가 매우 양호하기 때문에 굳이 벙커를 부수지 않아도 그 위에 건물을 지어올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벙커 면적은 1200㎡(약 363평)이고 벽과 천장의 두께는 둘 다 1.7m나 된다.
그 때문에 일각에선 이 공간을 아예 박물관으로 개조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나치가 저지른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의 끔찍한 죄상과 전쟁의 참혹함을 널리 알리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2차대전 기간 나치는 히틀러의 명령으로 독일 국내는 물론 유럽 피점령국에 거주하던 유대인 약 600만명을 살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