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가 서른여섯인데, 마지막 세대 이용자가 아닐까? 혹시 나랑 동갑인 사람이 있나?”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의 한 커뮤니티에 충칭 거주 누리꾼이 최근 이러한 글을 올렸다. 중국에서 ‘열혈전기’ 등으로 알려진 위메이드의 PC 온라인 게임 ‘미르의 전설’ 플레이 화면 캡처 이미지를 첨부한 이 글에는 ‘나는 38세다’, ‘44세인 나도 안다’, ‘우리에게 청춘의 게임 아니었나’ 등 현지 이용자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한 누리꾼은 자녀가 고등학교에 다닌다고 밝혀 오랜 세월 게임의 추억을 입증했다.
중국 30·50세대를 관통한 누리꾼들의 애정과 향수는 ‘미르’로 유명한 국내 중견 기업사 위메이드의 매각을 이끈 핵심 원동력으로 보인다. 토종 게임 한류의 상징이었던 위메이드가 중국 쇼핑 플랫폼 알리바바 관계사에 경영권을 넘겼다. 위메이드는 창업자인 박관호 의장이 보유한 지분 39.33%를 주식회사 네오펄스에 매도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설립된 투자 플랫폼 네오펄스는 홍콩 소재 투자운용사가 지분 100%를 소유했으며, 알리바바 측과 긴밀한 관계인 천웨이 대표가 경영을 맡고 있다. 국내 26년 업력의 중견 게임사는 중국계 자본 아래 재편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박 의장이 매도한 지분 전량은 총 9200억원 규모다. 주당 거래 금액은 약 6만8910원꼴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위메이드의 지난달 30일 종가(1만9330원)의 무려 3.6배에 달하는 프리미엄이 얹어졌다. 국내 시장에서 위메이드의 경영 성과가 간신히 적자를 면하는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액수라는 게 게임업계 시각이다. 업계는 중국계 자본이 이토록 거대한 웃돈을 주며 경영권을 인수한 데는 ‘미르’ 시리즈로 대표되는 지식재산(IP)의 독보적인 영향력이 작용했다고 본다. 2001년 위메이드가 선보인 ‘미르의 전설 2’는 온라인 게임 문화 초기 시절 중국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 한때 현지 점유율 68%를 기록하며 메가히트 IP로 자리 잡았다.
온라인 게임 경쟁작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우리나라와 달리 상대적으로 콘텐츠 황무지였던 중국에서 ‘미르의 전설 2’는 현지 누리꾼들의 대중 게임으로 등극했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 전체를 이 게임의 이름에서 따와 ‘전기류 게임’이라고 통칭할 정도였다고 한다. 초기부터 게임을 즐긴 이들의 추억 섞인 여론이 최근까지 바이두와 웨이보(중국판 엑스) 등에서 이어질 만큼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게 빅딜의 발판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인수 주체인 네오펄스는 ‘미르’ 시리즈 IP 자회사인 ‘전기아이피(ChuanQi IP)’ 등을 통해 입증된 미르 IP의 중국 내 지속적인 수익 창출력과 가치를 최우선으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향후 위메이드의 차기작 개발 기조와 신사업 전략도 중국 시장과 미르 IP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재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위메이드가 최근까지 추진해 온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 위믹스 기반 사업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