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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분열 심화…극보수파, 교황 승인 없이 주교서품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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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친서 무시…스위스에 1만6천명 몰려 5시간 예식
교회분열 행위로 파문…'보혁갈등 해소' 천명한 교황 리더십 위기

교황청의 현대화 개혁에 반대해 온 가톨릭 전통주의 파벌이 교황 레오 14세의 강력한 만류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주교 서품식을 강행했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가톨릭 전통주의 분파인 '성 비오 10세회'(SSPX)는 1일(현지시간) 스위스 에콘에 있는 신학교에서 교황의 승인 없이 4명의 신임 주교를 임명하는 서품식을 열었다.

가톨릭 전통주의 분파인 '성 비오 10세회'(SSPX)는 1일(현지시간) 스위스 에콘에 있는 신학교에서 교황의 승인 없이 4명의 신임 주교를 임명한 서품식 모습. AFP연합뉴스
가톨릭 전통주의 분파인 '성 비오 10세회'(SSPX)는 1일(현지시간) 스위스 에콘에 있는 신학교에서 교황의 승인 없이 4명의 신임 주교를 임명한 서품식 모습. AFP연합뉴스

레오 14세 교황이 "교황의 승인 없는 주교 서품은 가톨릭 신앙에 중대한 해를 끼치는 극도로 무거운 죄"라며 철회를 촉구하는 마지막 친서를 전날 보냈다.

그러나 에콘 신학교와 알프스 산맥 계곡에는 예식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는 성비오 10세회와 바티칸의 결별을 공표하는 신호였다.

교황의 승인이 없이 주교를 서품하면 교회법에 따라 교회분열 행위로 간주돼 파문(성직 수행·성사 참여 등 영적 권리 정지)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의식은 5시간 동안 이어졌으며 각 지역의 언어를 쓰는 현대적 미사 대신 라틴어 미사를 고집하는 전 세계 전통주의 신자 1만6천500여명이 집결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야외 들판에서 가족 단위 신도들이 자리를 지켰으며, 이 의식은 이들의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국어 해설과 함께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이날 서품식은 1988년 교황의 승인 없이 주교직을 수락했다가 파문당했던 알폰소 데 갈라레타 주교가 신임 주교들의 머리에 손을 얹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성 비오 10세회 측은 미사 직전 성명을 통해 "이번 서품은 가톨릭 신앙을 지키기 위한 신성한 의무"라며 바티칸의 그 어떤 징계나 비난도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성 비오 10세회의 다비데 파글리아라니 총원장은 강론에서 "우리가 교황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지만, 교황을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가짜 종교를 대변하는 거짓 목자들 곁에서 교황이 더 이상 모욕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톨릭 전통주의 분파인 '성 비오 10세회'(SSPX)는 1일(현지시간) 스위스 에콘에 있는 신학교에서 교황의 승인 없이 4명의 신임 주교를 임명한 서품식을 열었다. 사진은 해당 서품식에 운집한 카톨릭 신자들 모습. EPA연합뉴스
가톨릭 전통주의 분파인 '성 비오 10세회'(SSPX)는 1일(현지시간) 스위스 에콘에 있는 신학교에서 교황의 승인 없이 4명의 신임 주교를 임명한 서품식을 열었다. 사진은 해당 서품식에 운집한 카톨릭 신자들 모습. EPA연합뉴스

성 비오 10세회는 1962∼1965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도입한 가톨릭 현대화에 반대해 1970년 마르셀 르페브르(프랑스) 주교가 세운 단체다.

이 파벌은 엄격한 교리적, 전례적 전통을 고집하고 개신교와 동방 정교회 등 다른 교파와 화합을 도모하는 교회일치운동(에큐메니즘)도 거부한다.

현재 성 비오 10세회는 전 세계 75개국 이상에서 사제 750여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추종하는 평신도들의 수는 50만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바티칸과의 공식적인 단절이라는 엄중한 상황과 달리 현장은 축제 분위기로 가득 찼다.

참석자들은 '에콘 2026' 마크가 새겨진 야구 모자를 썼고, 조직위는 이번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주교의 반지와 지팡이가 그려진 기념 와인 세트를 75스위스프랑(약 14만4천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현장에 참석한 필리핀 출신의 여행사 직원 알리나 옹라오(71) 씨는 "바티칸은 이미 신뢰도를 잃었다"라며 "파문 따위는 두렵지 않으며, 오히려 이 길이 천국으로 가는 더 안전한 길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위스 현지에 가지 않은 대다수의 가톨릭 신자들뿐만 아니라 주류 보수 학계도 이들의 행보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 가톨릭대학교의 윤리학 전문가 로버트 갈 신부는 "교회의 권위와 통치에 불순종하면서 가톨릭의 전통을 수호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교회의 일치를 해치는 심각한 오만"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교회의 일치를 의도적으로 깨뜨리는 분열 행위"라고 이번 서품을 규정했다.

그는 교회법에 따라 서품을 주도한 주교와 임명된 신임 주교 4명 전원이 가톨릭교회에서 가장 무거운 처벌인 '자동 파문'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성소수자 포용 등 진보적 행보를 보인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 시절 악화한 전통주의자들과의 갈등을 봉합하고 교회의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던 교황 레오 14세에게 취임 후 최대의 리더십 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