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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출생 시민권 제한’ 놓고 정면 충돌한 두 흑인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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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행정부 임명 ‘보수’ 토머스,
민주당 행정부 임명 ‘진보’ 잭슨과
수정헌법 14조 해석 주제로 격론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법관 6 대 3 의견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생 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 제한 행정명령에 위헌 판결을 내린 가운데 흑인 대법관 2명의 상반된 입장이 눈길을 끈다. 공화당 조지 H W 부시(일명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인 1991년 취임한 클래런스 토머스(78) 대법관 그리고 민주당 조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임명한 커탄지 브라운 잭슨(55·여) 대법관이 주인공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왼쪽)과 커탄지 브라운 잭슨. 현재 78세인 토머스는 1991년 취임해 35년가량 재직 중이다. 55세로 비교적 젊은 잭슨은 2022년 대법원에 입성해 가장 신참 대법관이다. 방송 화면 캡처
미국 연방대법원의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왼쪽)과 커탄지 브라운 잭슨. 현재 78세인 토머스는 1991년 취임해 35년가량 재직 중이다. 55세로 비교적 젊은 잭슨은 2022년 대법원에 입성해 가장 신참 대법관이다. 방송 화면 캡처

1일(현지시간) 미 일간 USA 투데이에 따르면 출생 시민권이란 누구든 미국에서 태어나면 시민권을 주는 제도다. 이는 남북전쟁 직후인 1868년 채택된 수정헌법 제14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해당 조항은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미국에 귀화했고, 미국의 관할에 있는 모든 사람은 미국과 그들이 거주하는 주(州)의 시민’이라고 규정한다. 외국인 불법 체류자의 자녀라도 미국에서 출생한 경우 미국 시민권을 자동으로 취득하게 되는 만큼 외국인에게 유리한 대표적 제도로 여겨져왔다.

 

트럼프는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내린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에 불법으로 체류하거나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자녀에게는 출생 시민권을 부여할 수 없도록 차단했다. 그러면서 “출생 시민권은 노예들 자녀를 위한 것”이라며 “터무니없이 자녀가 미국 시민이 되기를 바라는 중국이나 다른 나라의 부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폈다. 수정헌법 14조는 자신의 의사에 반해 아프리카 등에서 미국으로 끌려온 흑인 노예들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기 위해 도입된 장치일 뿐이란 것이다.

 

잭슨 등 대법관 6명은 다수 의견에서 “수정헌법 14조를 제정한 선조들은 시민권 보장의 약속을 ‘이 땅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까지 확대했다”고 판시했다. 꼭 흑인 노예의 후손이 아니더라도 일단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출생과 동시에 시민권을 취득한다고 보는 것이 헌법에 합치한다는 의미다.

 

반면 토머스 등 대법관 3명은 소수 의견에서 “수정헌법 14조는 해방된 흑인들의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란 입장을 취했다. 남북전쟁의 결과 흑인 노예 해방이 이뤄진 특수한 여건 속에서 그 후손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기 위한 고육책이었을 뿐이란 트럼프 주장에 동의한 셈이다.

 

유럽을 강타한 폭염의 영향권에 미국도 들어간 가운데 1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대법원 청사 앞에서 시민들이 뜨거운 햇볕을 차단하기 위해 우산을 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을 강타한 폭염의 영향권에 미국도 들어간 가운데 1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대법원 청사 앞에서 시민들이 뜨거운 햇볕을 차단하기 위해 우산을 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눈길을 끄는 것은 토머스와 잭슨이 둘 다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대법원의 ‘드레드 스콧’ 사건 판례(1857)를 거론한 점이다. 이는 흑인 노예제가 합법적이던 시절 대법원이 ‘노예는 시민이 될 수 없으며, 그에 따른 권리와 특권을 주장할 수도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 흑인 인권을 철저히 부정한 판결로, 미 사법사상 최악의 ‘흑역사’란 비판을 듣는다.

 

토머스는 수정헌법 14조는 바로 이 드레드 스콧 판례를 뒤엎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순전히 흑인 노예 후손들의 권익 옹호에 초점이 맞춰진 헌법 조항이란 뜻이다. 이에 잭슨은 토머스를 겨냥해 ‘오로지 트럼프를 돕기 위해 수정헌법 14조를 왜곡한다’는 취지의 비난을 가했다. 잭슨은 “(토머스 대법관은) 관광객이나 서류가 미비한 이민자 자녀에 대한 시민권 부여를 거부하기로 트럼프와 합의했다”며 “이는 혐오스러운 드레드 스콧 판결에 동조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다그쳤다.

 

요즘 미 대법원에서 토머스는 보수, 잭슨은 진보의 목소리를 각각 대변하는 인물로 통한다. 대법원은 겉으로는 ‘보수 6 대 진보 3’으로 보수 절대 우위 구도처럼 보이나, 보수 대법관 일부는 사안에 따라 진보 쪽에 가담해 트럼프에 불리한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당장 이날도 트럼프 1기 집권기 시절 임명된 보수 성향의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대통령의 출생 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