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뉴스를 보다 보면 감독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 팀의 방향을 정하고, 훈련 과정을 설계하며, 경기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판단을 내려야 한다. 결과가 좋으면 선수들이 박수를 받지만, 결과가 나쁘면 가장 먼저 책임을 지는 사람 역시 감독이다. 직접 경기에 뛰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는 자리인 셈이다.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가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케스트라에는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백 명이 넘는 연주자들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단원들은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는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바이올린 연주자는 누구보다 바이올린을 잘 알고, 호른 주자는 누구보다 호른을 잘 안다. 그런데도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사람은 악기를 연주하지 않는 지휘자다. 무대 중앙에 서서 작은 막대기 하나를 들고 있는 사람이 왜 가장 중요한 존재일까.
좋은 음악이 개인의 실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지휘자의 역할을 공연 당일 무대 위에서 찾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일은 그 이전에 이루어진다. 바로 리허설이다. 지휘자는 악보를 분석하고, 작품 전체의 방향을 정리하며, 각 파트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조율한다. 어느 부분에서 긴장감을 높일지, 어디에서 호흡을 가다듬을지, 또 어떤 음색을 만들어낼지 결정하는 과정이 모두 리허설 안에서 이루어진다.
세계적인 지휘자들 가운데는 공연 중 동작이 매우 작고 단순한 사람들도 많다. 언뜻 보면 별다른 일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리허설 과정에서 공연의 상당 부분을 완성해 놓은 경우가 많다. 무대 위에서 기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치밀하게 준비한 결과가 공연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전은 언제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당일 공연장의 울림이 연습실과 다를 수도 있고, 연주자들이 긴장하거나 예상치 못한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지휘자는 전체를 바라보며 즉각적인 결정을 내린다. 예를 들면 특정 파트의 호흡이 흔들릴 때 지휘자는 다음 마디에서 더욱 분명한 박자를 제시하거나, 모두가 다시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도록 몸짓과 눈빛으로 신호를 보낸다. 스포츠 경기에서 감독이 상대의 움직임이나 경기 흐름에 따라 전술을 바꾸고 선수 교체를 선택하듯, 지휘자 역시 무대 위에서 순간순간의 상황에 맞춰 음악의 균형을 조율한다.
생각해 보면, 이 점은 스포츠 감독의 역할과도 닮아 있다. 감독이 직접 그라운드에 들어가 공을 차지는 않지만, 훈련을 설계하고 선수들의 역할을 정하며 경기 중에는 끊임없이 상황을 읽고 판단한다. 지휘자 역시 직접 소리를 내지는 않지만, 수십 명의 연주자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사람이다.
실제로 같은 오케스트라도 지휘자가 바뀌면 완전히 다른 단체처럼 들리는 경우가 많다. 악기도 같고, 연주자도 같은데 음악의 색깔과 에너지가 달라진다. 어떤 지휘자와 함께하면 평범한 연주가 특별해지고, 반대로 뛰어난 연주자들이 모였음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개인의 역량을 어떻게 하나의 목표 안으로 모아내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다. 악기를 가장 잘 연주하기 때문이 아니라 가장 넓은 시야로 전체를 바라보고 가장 큰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결정이 수십 명의 연주를 바꾸고, 수천 명의 관객이 경험하는 음악을 바꿀 수 있다. 그 무게와 책임에 대한 대가가 바로 지휘자의 연봉인 셈이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은 좋은 지휘자에 대해 ‘우리가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연주를 하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같은 악기를 들고, 같은 악보를 연주하는데도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집중력과 에너지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뛰어난 리더는 새로운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재능을 가장 적절한 위치에 놓고 서로 연결하는 사람인지 모른다. 때로는 한 사람의 리더가 팀 전체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