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기후의 미래] 복날의 닭에 대한 단상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삼계탕 대목 7월 닭들은 수난
도축수 1억… 전월비 30% 많아
밀집된 환경·폭염에 폐사 일쑤
음식 유혹에도 ‘생명’ 생각하길

‘자, 이쯤에서 조류라는 무리의 특징을 생각해 보자. 이 무리가 돋보이는 이유는 바로 하늘을 난다는 사실 때문이다. … 여러분도 알다시피 닭은 거의 날지 못한다. 애초에 닭이 속한 꿩과 자체가 거의 날지 않는다. … 나는 것보다는 지상에서 걷는 것을 더 뿌듯해하는 부류라 할 수 있다. 꿩과 중에서도 닭은 특히 날지 않는 새다. 식용으로 사육하기 쉽도록 품종개량을 거듭해 왔기 때문이다. 덕분에 살이 많을수록 칭찬을 받는다. 하늘로 날아올라 도망치지 않을수록 칭찬을 받는다. 칭찬을 받으며 닭장 속에서 자란 그들은 체중을 불리며 날지 않을 미래를 향해 오늘도 걷는다.’ (‘치킨에는 진화의 역사가 있다’ 가와카미 가즈토)

그의 이름은 5호다. 아, 아니. 그녀인가. 이렇게 뽀얀 피부만 봐서는 성별을 구분하기 어렵다. 병아리 감별사도 그건 어렵겠지. 하긴, 이렇게 된 마당에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어차피 이 녀석, 겉보기만 그렇지 아직 부화 후 3주를 갓 넘긴 어린아이였을 테니.

윤지로 비영리 미디어단체 클리프 대표
윤지로 비영리 미디어단체 클리프 대표

1931년 10월 한 일간지엔 이런 기사가 있다. ‘(부화한 지) 일 개월쯤 지나서 병아리 가져가라고 하기에 가보니 너무 어려서 내가 가져갔다가는 살릴 것 같지 않아 얼마 더 있다 가져가겠습니다, 했다. 이런지 이십일쯤 지나 이제는 나의 병아리를 가져왔다’. 이듬해 5월에도 ‘부화 후 1개월 이상 2개월이 넘도록 모계를 떼지 못하고 모계의 산란을 늦추는 예가 적지 않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니 이 녀석, 원래라면 아직 엄마 닭을 따라다닐 병아리였을 테지. 어제 식당에서 본, 뚝배기 안에 폭 담겨 있던 그 녀석은 4호(400g 전후)쯤으로 보이던데, 노란 털은 다 빠졌나 몰라.

그래도 5호가 살다 간 20일 안팎의 날들은 역대급 무더위는 아니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이제 장마가 시작됐다니 중복(25일)을 위해 어제오늘 알을 깨고 나온 5호의 양계장 후배들은 하필이면 연중 가장 고통스러운 날씨를 겪다 갈 것이다. 양계장 안도 가장 붐빌 것이고.

복날이 있는 7월은 삼계탕의 대목, 이 녀석들에겐 피비린내 나는 수난의 달이다. 7월이면 도축 마릿수가 전달보다 적게는 10%, 많으면 30%까지 늘어난다(농림축산식품부 ‘도축검사보고’). 비수기인 2월에 비하면 50~70%나 늘어나는 게 바로 이맘때다. 아아, 잔인한 7월이여. 지난해 7월 한 달 동안 도축된 닭은 1억1000만여 마리, 하루 360만 마리꼴이다. 2014년 1억 마리를 넘긴 뒤 한 번도 그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코로나19로 식당이 줄폐업했던 2020~2022년조차도.

가뜩이나 더운데 바글거리기까지 하니 더위에 약한 이 녀석들에겐 어쩜 한 달이 1년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군. 알다시피 닭은 땀샘이 없어 땀을 흘리지 못한다. 입을 벌리고 숨을 몰아쉬는 게 최선이다. 이때 폐는 호흡량을 늘리고, 심장은 피를 피부와 말단부로 보내 열을 떨어뜨린다. 장마철처럼 공기마저 습하면 그것도 여의치 않지만.

고기로 자란 현대 육계는 더위에 더 취약하다. 더 빨리, 더 크게 자라게끔 자란 몸은 대사활동이 높아 그 자체로 열을 많이 만들지만 근육 안 모세혈관 밀도는 상대적으로 낮고, 심폐 용량은 덜 발달해 열을 밖으로 빼는 능력이 떨어진다. 2024년 여름엔 폐사 가축 142만여 마리 중 115만7000여 마리(81%)가 닭과 오리 등 가금류였고, 지난해엔 7월까지만 따져도 127만7000여 마리의 가금류가 폐사했다. 진짜로 더워 죽겠는 건, 이 녀석들이지.

날은 푹푹 찌지, 옆에 있던 동료는 픽픽 쓰러지지. 입맛이 뚝뚝 떨어질 거야. 2020년 농촌진흥청은 보도자료에서 이렇게 말했지. 온도가 33도를 넘어가면 사료 섭취량은 30% 줄고, 살찌는 속도는 46% 준다고. 반대로 호흡 수는 3.3배 늘고, 항온동물인 녀석들의 체온이 1.5도 오른다니 이맘때 태어난 병아리는 내내 열병을 앓다 가는 셈이다.

뭐, 이런다고 양계장 환경이 달라지거나 걸쭉하고 담백한 삼계탕의 유혹을 떨칠 용기가 갑자기 생기진 않을 것이다. 다만, 올해도 어김없이 쏟아질 ‘폭염 폐사’ 기사 앞에서 우리의 시선이 삼계탕 가격에 머물지 말고 힘겨운 시간을 견디는 생명의 안위로도 향하길.

 

윤지로 비영리 미디어단체 클리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