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모는 85세인데도 불구하고 매우 건강한 편이다. 우리는 춘천의 남춘천역에서 만나는데, 기차가 도착하고 플랫폼을 빠져 나가면 저만치 대로변에 이모가 마중나와 서 있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이모는 허리도 꼿꼿하고 언뜻 봐서는 80대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어 이모, 웬 이태리 할머니인 줄.” 백발인 머리칼 때문에 이모는 언뜻 보면 서양 할머니 같기도 하다. 내가 그렇게 말하면 우리 이모는 기분 좋게 웃는다.
일 년에 한두 차례 내 고향이기도 하면서 이모가 살고 있는 춘천에 가 글을 쓴다. 이모는 평생 싱글로 산 사람이라 가족이 없고 나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로 이모가 많이 그립기도 해서 이모를 자주 찾아간다. 내 친구들을 비롯한 친척들은 우리 이모가 화투를 즐긴다는 걸 다 알기에 화투가 건강의 비결일 거라고 말하며 이모의 안부를 묻는다.
화투도 건강의 비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모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가장 신기한 건 바로 잠이다. 이모는 일찍 저녁을 먹고 오후 8시경이면 잠을 잔다. 침대에서도 아니고 달랑 베개 하나를 놓고 푹신한 요도 깔지 않고 맨바닥에서 옆으로 누워 잔다. 내가 슬슬 잠을 자려고 시동을 거는 자정 즈음에 한 번 일어나 부엌이며 화장실을 휘 돌아다니고는 다시 잠이 든다. 그리고 똑같은 포즈로 새벽까지 내내 잔다.
이모는 새벽에 일어나 가볍게 동네 산언저리를 걷고, 빨래 등 모든 집안일을 다 한 후에 아침밥을 먹는다. 나는 사실 이모가 몇 시에 일어나는지 모른다. 나는 이모가 싸주는 도시락을 들고 도서관에 가거나 카페에 간다. 길거리 벤치에 앉아 춘천 사람들 구경하면서 도시락 먹는 재미도 꽤 크다. 소설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공지천에 가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공지천에서 소양호 주변 산책길을 달린다. 아름다운 호수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곤 한다.
어떤 때는 이모가 도서관까지 마중을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6시경 이모 집으로 가서 저녁을 같이 먹는다. 이모는 아파트 이웃분들이 준 상추나 시장에서 만난 지인이 준 음식을 식탁에 풀어놓고는 한동안 또 설명을 해준다. 낮에 화투 같이 치는 분들과 있었던 안 좋았던 일, 좋았던 일을 얘기하면서 슬슬 베개를 챙긴다. 내가 설거지를 마치고 돌아보면 이모는 벌써 옆으로 누워 잠들어 있다.
이모를 보면서 충분한 잠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음식보다 잠이 중요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이모처럼 완벽한 숙면에 이르는 날이 올까, 각자에게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숙면의 방법이 궁금하다.
강영숙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