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항을 거듭하던 국내 보험업권 인수합병(M&A) 시장이 본격적인 재편 국면에 진입했다. 비은행 부문 강화가 필요한 금융지주사와 장기운용 자산을 확보하려는 금융사가 잇따라 인수전에 가세하는 모습이다.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의 최종 주인은 향후 원매자들이 부담해야 할 자본 확충 부담과 건전성 리스크 관리 역량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반기 보험업계 인수합병의 최대어로 꼽히는 롯데손해보험 매각 작업이 대형 금융사들의 참여로 구체화하고 있다. 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는 8월 공개 매각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금융·증권지주 양강 구도
현재 인수전은 신한금융지주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2파전 구도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신한금융은 최근 공시를 통해 “그룹의 비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의 하나로 롯데손보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산 3474억원 규모로 업계 최하위 수준인 자회사 신한EZ손해보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산 13조8688억원의 롯데손보를 품고 업계 7위권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 역시 롯데손보 인수 추진을 공식화하며 본격적인 경쟁에 합류했다. 보험 영업 자체보다는 롯데손보가 보유한 대규모 장기 운용 자산을 지렛대 삼아 자산관리(WM)와 기업금융(IB)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는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 측은 “현재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에 대해 전반적인 점검 차원에서 검토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으로, 가격 적정성을 따져 최종 인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형 금융사들이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나선 배경으론 JKL의 몸값 낮추기가 꼽힌다. JKL은 당초 2조원 수준으로 고수하던 희망 매각가를 최근 1조원 안팎으로 조정해 가격 부담을 낮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주주 측의 조속한 투자금 회수(엑시트) 의지가 강해 가격 매력이 커진 상태”라며 “손해보험업은 생명보험업과 달리 운영 인프라 구축이 복잡해 진입 장벽이 높은데, 기존 영업 조직과 라이선스를 한 번에 확보할 수 있어 금융지주들의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두 인수 후보 모두 실제 매각 성사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롯데손보의 재무 구조를 정상화하고 강화된 자본 규제에 대응하려면 초기 지분 인수 대금 외에도 1조원 이상의 추가 자본 투입이 불가피하다.
◆예별손보·KDB생명도 매각 속도
가교보험사인 예별손해보험 매각 역시 지난달 마감한 본입찰에 한국투자금융지주, 흥국화재, OK금융그룹, 사모펀드 JC플라워 등 4개사가 참여해 유효 경쟁이 성립됐다. 4월 본입찰 당시 한국투자금융지주만 홀로 응찰해 유찰됐던 것과 비교하면 매수 열기가 한층 달라진 분위기다. 예금보험공사가 매각 성사를 위해 최대 1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책을 제시하고, 기존보다 낮아진 몸값으로 매물이 나오면서 가격 매력이 부각된 점이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예별손보 매각의 핵심 변수는 원매자들이 요청하는 정부 지원금의 규모다. 원매자가 낮은 지원금을 써낼수록 예금보험공사의 재정 부담이 줄어들고, 반대로 원매자 본인이 직접 투입해야 할 인수 자금은 늘어난다. 시장에서는 종합금융그룹 도약과 대부업 이미지 쇄신을 노리는 OK금융그룹이 가장 보수적인 정부 지원금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번이 일곱 번째 시도인 KDB생명의 매각 절차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예비입찰에는 한국투자금융지주, 흥국생명,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5곳이 인수의향서를 냈다. 현재는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한 경영진 인터뷰(MP)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보험사 매각을 두고 “강화되는 자본 규제 속에서 무리한 인수는 재무건전성 악화를 부를 수 있다”며 “원매자의 지원금 규모와 리스크 관리 능력이 최종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