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시절 영혼의 단짝이라 불렸던 손흥민(34·로스앤젤레스FC)·해리 케인(33·바이에른 뮌헨)의 ‘손케 듀오’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희비가 극명하게 갈리는 모습이다. 손흥민이 홍명보 감독의 전술적 무능 속에 ‘3경기 0골’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든 반면 케인은 홀로 멀티골을 터뜨리는 맹활약을 앞세워 잉글랜드를 32강 탈락의 위기에서 구했다.
잉글랜드는 2일 미국 조지아주의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32강전에서 콩고민주공화국에 전반 초반 실점을 내준 뒤 내내 끌려가다 후반 막판 두 골을 몰아친 케인의 ‘원맨쇼’를 앞세워 2-1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196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우승 이후 60년 만에 패권 탈환에 도전하는 잉글랜드는 6일 멕시코시티에서 공동 개최국인 멕시코와 8강 진출을 놓고 일전을 펼친다.
객관적 전력이나 스쿼드의 이름값 등 모든 면에서 두세 수는 위인 잉글랜드의 낙승이 점쳐졌지만, 1974년 ‘자이르’라는 국가명으로 출전한 이후 52년 만에 월드컵 나들이에 나선 콩고민주공화국의 기세는 예상보다 거셌다. 전반 7분, 샹셀 음벰바(릴)가 전방으로 침투 패스를 보냈고, 이 패스가 페널티 지역 왼쪽의 브리안 시펭가(카스테욘)에게 연결됐다. 시펭가의 가까운 골포스트를 보고 때린 슈팅이 조던 픽퍼드(에버턴) 골키퍼를 관통해 골그물을 흔들었다.
일격을 당한 잉글랜드는 이후 케인과 마커스 래시퍼드(바르셀로나), 주드 벨링엄(레알 마드리드), 데클런 라이스(아스널) 등 세계적인 스타들을 앞세워 상대 골문을 두드렸으나 콩고민주공화국의 골키퍼 리오넬 음파시(르아브르)의 잇따른 선방으로 무위에 그쳤다. 패색이 짙어져 가던 순간, 주장인 케인이 분연히 나섰다. 후반 30분 앤서니 고든(뉴캐슬)이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가운데로 크로스를 올렸고, 케인이 기민한 움직임으로 수비의 견제를 따돌리고 홀로 떠올라 정확히 머리에 공을 갖다 대며 동점 골을 터뜨렸다. 파상공세 끝에 드디어 음파시를 뚫어낸 잉글랜드는 후반 41분 케인의 득점포로 전세를 뒤집었다. 벨링엄의 슈팅이 음파시에게 막혀 흐른 공을 고든이 따내 케인에게 연결했고, 케인은 페널티 지역 중앙을 파고들어 수비 견제를 따돌린 뒤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 그물을 다시 한 번 흔들었다.
조별리그에서 3골을 터뜨렸던 케인은 총 5골로 6골 공동 선두를 형성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 프랑스 킬리안 음바페(레알 마드리드)를 한 골 차로 바짝 뒤쫓았다. 노르웨이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도 5골을 터뜨리고 있어 이번 대회 월드클래스 공격수들의 득점왕 경쟁도 토너먼트가 진행될수록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경기 뒤 케인은 “이런 경기를 하게 돼 정말 기쁘다. 미친 경기였다”면서 “힘든 경기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잉글랜드 유니폼을 입고 치른 경기 중 가장 좋은 경기 중 하나”라며 기쁨을 만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