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 후보군들이 초반 계파 간 신경전에서 한발 물러나 ‘공격’보다는 ‘성과 홍보’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청와대 오찬에서 ‘민주진영 단합’과 ‘국민통합’을 강조한 뒤, 당권 경쟁도 일단 정면 충돌을 자제하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성과 경쟁을 앞세우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전당대회 일정과 경선 방식 등을 둘러싼 후보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
◆충청 찾은 金, 호남 간 鄭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2일 당 복귀 후 첫 지역 일정으로 충북 청주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뒷받침하려는 행보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SK하이닉스 방문 뒤 “이제는 반도체나 인공지능(AI)과 관련한 3대 메가프로젝트가 이재명정부의 첫 번째 국정과제”라며 “이 대통령과 정부가 거기에 전력투구하는 만큼 당도 전력투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그런 뒷받침을 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말했다. 오전 청주 육거리종합시장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나 “최근 이 대통령께서 삼성, SK하이닉스와 함께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는 세계적 격변기에 한국의 명운을 가늠할 국가적 승부수고, 국민주권정부가 지역 균형 국가를 만들어가는 역사적 승부수”라고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통령의 국정 성과를 지역 균형발전 메시지와 연결하며 ‘정부 성공을 뒷받침할 당대표’ 이미지를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청래 전 대표는 광주를 찾아 오월어머니들과 비공개 면담을 가진 뒤 전남 순천을 방문했다. 정 전 대표는 대표직 사퇴 후 권리당원 밀집도가 높은 호남을 순회하고 있다. 정 전 대표는 비공개 면담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대표 때 추진해 많은 성과를 냈던 호남발전특위의 성과를 설명하고 민원을 청취했다”며 광주 송정역과 목포역 개선사업 등 구체적인 사업 목록도 언급했다. 그는 “오월어머님들 한도 풀어드리고 5월 영령들의 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5·18 헌법전문수록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당대표 시절 호남 관련 성과와 5·18 메시지를 앞세워 핵심 당심 기반인 호남 권리당원에게 ‘검증된 당대표’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다.
◆전당대회 ‘룰’ 갈등 불씨될까
최근 김 전 총리와 정 전 대표는 각자의 약점을 보완하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김 전 총리가 검찰개혁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선명성’을 부각했다면, 정 전 대표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정부와 이재명 대통령을 연결하며 ‘통합’을 강조해왔다.
당권 경쟁은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당장 전당대회 ‘룰’이 당권경쟁의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순회경선 일정은 물론 결선투표 방식, 취약지역 가중치 등을 놓고 당권주자 간 치열한 수싸움이 예고된다.
내달 1일 충청권부터 시작하기로 한 순회경선 일정을 두고 김 전 총리와 송영길 의원 측에선 “정청래 전 대표에게 유리한 일정”이라며 반발하는 기류가 흐른다. 정 전 대표의 고향이 충남 금산인 만큼 특정 주자의 연고지에서 경선을 시작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는 이날 2차 회의를 열고 논의 끝에 기존 일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최고위원회의 의결 과정에서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실시하는 결선투표의 도입 여부와 선호투표제 적용 방식, ‘1인 1표제’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지역별 가중치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당내에선 이번 전당대회에서 ‘다양성’이 부각되어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주로 친명계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온다. ‘원조 친명계’ 인사인 김영진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연임하거나 독점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이 당대표를 하면서 그 속에서 풀을 넓혀 나가고 대권주자로 커나가는 게 민주당의 운동장을 넓게 쓰고 후보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좋겠다”고 했다. 연임에 도전하는 정 전 대표와 대표직 경험이 있는 송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원조 친명’ 김남국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도대체 언제까지 검찰개혁 이야기할 거냐고 묻고 싶다”며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꾸만 이야기가 나오는 검찰개혁, 보완수사권, 1인1표제는 정당 내부의 문제고 과거의 문제”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