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27일 만에 뚫렸다.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가 현장조사에 나서면서다. 경찰은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국회의원들의 진출입로를 확보했다. 위원회는 개표소 내부를 40여분 동안 둘러보고 투표함 이송 없이 조사를 마쳤다.
2일 오전부터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는 아수라장이었다. 국조특위 조사단이 경기장 내부로 진입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모여 ‘부정선거 재선거’ 등 구호를 외쳤다. 곳곳에서 구호를 문제 삼거나 ‘첩자’라는 의심이 번지면서 크고 작은 충돌도 빚어졌다. 지난달 16일 대한체육회 산하 체육단체 관계자들의 경기장 진입을 끝까지 막아 ‘올다르크’라고 불리는 30대 여성은 2-1 입구 앞에서 ‘국민의 동의 없는 국정조사 중단하라’는 손피켓을 들었다.
조사단은 앞서 여러 차례 진입을 시도했던 2-1 입구보다 규모가 작은 2-2 입구로 들어갔다. 경찰은 조사단 진입 전부터 현장 관리에 나섰다. 낮 12시30분쯤 서울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시위대를 향해 “국조특위가 경찰에 진입로를 확보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동로 확보 등을 위한 경찰관 조치에 경찰관을 폭행, 협박 시 형법 제136조 공무집행 방해 등 관련 법률에 의해 처벌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진입은 ‘육탄전’을 방불케 했다.
경찰은 기동대 20여개 부대(약 1200명)와 형사 200명, 대화 경찰 100명을 투입해 시위대 인파와 조사단의 동선을 분리했다. 오후 1시쯤 2-2 입구에서는 시위대 10여명이 스크럼을 짜고 버텼지만 경찰은 2인1조로 시위 참가자들을 붙잡아 강제 이동시켰다. 이 과정에서 태극기를 두른 한 여성은 “판사 데려와라”, “영장 가져와라” 등을 소리치며 항의했다. 경찰 관계자는 “출입문을 막는 일부 시민이 있어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이동조치했다”고 밝혔다. 경찰관을 밀치며 폭력을 행사한 60대 남성은 경찰에 체포됐다.
올림픽공원 도착 1시간14분 만인 오후 1시10분쯤 조사단은 취재진 외 출입이 통제된 상태에서 경기장 내부에 진입했다. 현장조사는 40여분 동안 진행됐다. 의원들은 쌓인 투표지 박스를 확인했다. 투표지 이송을 두고 여야 간 온도 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만 의원은 “안정적으로 관리된다는 것을 국민이 느낄 수 있는 곳으로 하루빨리 옮기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수사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현장이 보전돼야 한다”며 “지금 함부로 옮기면 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했다. 검증 뒤 윤상현 특위 위원장은 국회 의결을 통한 투표함 재검표를 여야에 제안했다.
시위대는 이동하는 의원들에게 “야당 주도 선관위 특검하라”, “계엄은 정당했다” 등을 소리쳤다. 국조특위가 현장을 벗어난 후에도 시위대 100여명은 ‘부정선거, 재선거’를 외쳤다. 2-1 입구 앞에도 다시 시민 3∼4명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한편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합수본)은 이날 투표 당일 상황 보고와 대응의 핵심에 있었던 선거관리위원회 기획계장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A씨는 6·3 지방선거 본투표 당일 서울시 투표소에서 발생한 용지 부족 사태 관련 보고를 받아 상부에 전달하고, 대응 방안을 일선 투표소에 전파하는 등 역할을 한 중간 간부다. 합수본은 이날 송파구 선관위원 2명과 강남·광진구 선관위 관계자 1명 등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