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현 SBS 축구 해설위원은 2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마친 한국 축구를 한 문장으로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한국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충격패를 당한 6월25일을 두고 “잊지 말아야 할 날”이라고 했다. 한국 축구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를 잊지 말자는 의미였다. 장 위원은 이어 “일본은 실천했고 우리는 생색만 냈다”고 한국 축구의 현실을 직격했다.
장 위원은 이번 월드컵을 특정 경기 결과가 아닌 한국 축구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 대회로 규정했다. 그는 “이번 대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며 “이미 오래전부터 누적돼 온 문제들이 결국 지금 같은 상황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 위원은 한국 축구와 일본 축구의 가장 큰 차이로 장기 프로젝트와 실행력을 꼽았다.
그는 “일본은 1993년 J리그 출범 이후 이미 100년 계획을 세웠고 최근에도 2050년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한 장기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며 “중간에 여러 차례 개혁의 진통도 있었지만 방향을 잃지 않고 꾸준히 실행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2002 한일월드컵 주장 출신인 미야모토 회장도 일본축구협회에서 성장한 인물이고, FIFA 마스터 과정을 거치며 행정과 비즈니스 역량까지 갖춘 뒤 협회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나라들도 협회 조직을 선진화한 뒤 대표팀 성적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일본 역시 이번 월드컵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축구 문화와 저변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경제적으로 ‘잃어버린 수십 년’이라는 말을 하지만 축구는 달랐다”며 “일본은 물론 일부 동남아 국가들까지 꾸준히 발전하는 동안 우리는 축구 분야만큼은 다른 분야의 성장과 달리 제자리걸음을 해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축구가 가장 부족했던 점으로는 ‘실천’을 꼽았다. 장 위원은 “밑에서는 여러 계획을 세우고 방향을 만든다”면서도 “정작 위에서는 따로 놀고 방향성이 통일되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장 위원은 “일본은 계획을 세우면 정확하게 실천했다”며 “우리는 생색만 내고 실제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시절 만들어 놨던 능동적인 축구 방향도 결국 이어가지 못했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일관성이 사라졌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장 위원은 2030년이나 2034년 월드컵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기본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30년이 중요하냐, 2034년이 중요하냐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하나씩 스텝 바이 스텝으로 제대로 만들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시스템이 정착되고 한국 축구도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려는 노력 자체가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이번 월드컵을 결과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장 위원은 “지금은 결과를 놓고 책임만 따질 단계는 이미 지났다”며 “과정이 정상적이었어야 결과를 이야기할 수 있는데, 지금은 계속 드러난 문제들을 어떻게 개선할지가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끝으로 그는 “한국 축구는 그동안 다음 대회, 다음 대회만 바라보며 달려왔다”면서 “이제는 근본부터 리셋한 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 축구가 어떤 방향으로 다시 출발하느냐”라고 힘주어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