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 최소 수준으로 떨어졌던 국내 경차 판매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고유가·고물가·고금리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비용 부담이 커지며 ‘불황에 경차가 잘 팔린다’는 공식이 재확인되는 모습이다.
3일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현대차 캐스퍼와 기아 모닝·레이의 올해 상반기 국내 판매량은 총 4만4641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만30대)보다 11.5% 증가한 수치다.
6월 한 달 기준으로도 경차 판매는 늘었다. 캐스퍼와 모닝·레이의 지난달 판매량은 총 7563대로, 전년 동월(6669대) 대비 13.4% 증가했다.
차종별로는 지난 5월 연식 변경 모델이 출시된 모닝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모닝은 올해 상반기 1만1995대가 팔려 전년 동기(6587대)보다 82.1% 급증했다. 6월 판매량도 1919대로 지난해 같은 달(1204대)보다 59.4% 늘었다.
현대차 캐스퍼 역시 올해 상반기 8266대가 판매돼 전년 동기 대비 1.1% 늘었고, 6월 판매량은 1485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2% 증가했다. 반면 레이는 올해 상반기 2만4380대가 팔리며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3.5% 감소했지만, 여전히 ‘경차 최강자’ 자리를 지키며 전체 수요를 이끌었다.
경차 판매가 약진한 데에는 차량 구매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의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차 가격 상승과 고금리·고유가, 보험료·정비비 등 유지비 부담이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경제적인 실속형 차량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경차 중에서도 비용 부담이 가장 적은 모닝의 판매량이 급증한 점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반면 대형 패밀리카로 꼽히는 차종들은 올해 상반기 판매가 부진했다. 기아 카니발은 올해 상반기 3만202대가 판매돼 전년 동기 대비 28.9% 감소했고,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1만9667대로 36.1% 줄었다.
이러한 회복세에도 경차 시장이 완전히 살아난 것은 아니다. 국내 경차 판매량은 2012년 20만대를 넘으며 정점을 찍었으나, 최근 몇년간 계속해서 연간 10만대를 밑돌고 있다. 올해 상반기 캐스퍼·모닝·레이의 판매량도 2024년 같은 기간(5만2695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신차 부재, 생산 지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 등으로 낮아진 경차의 전체 파이가 단숨에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