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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데몬헌터스’ 연기한 이유가 있었다…아덴 조와 이재가 사랑한 한국

두 루미가 지켜낸 ‘케데헌’ 속 한국의 디테일
한국에서 좌절 후 금의환향한 루미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데몬헌터스’에서 주인공 ‘루미’ 역을 맡았던 한국계 미국인 배우 아덴 조가 3일 자신의 결혼식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탈리아에서 치러진 아덴 조의 결혼식은 단순한 예식을 넘어 한국의 멋을 고스란히 보여준 전통 혼례로 진행됐다. 

 

아덴 조(왼쪽)와 이재가 각각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시한 사진. 인스타그램 계정 ‘arden_cho’와 ‘ejae_k’ 캡처
아덴 조(왼쪽)와 이재가 각각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시한 사진. 인스타그램 계정 ‘arden_cho’와 ‘ejae_k’ 캡처

◆ 차별과 방황의 경험으로 완성한 아덴 조의 루미

 

이날 아덴 조 부부는 손수 제작한 맞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환영회에 등장해 하객들을 맞이하고 이들에게도 한복 착용을 권장했다. 예식은 한국 전통 혼례를 참고해 폐백, 본식, 피로연 등의 순서로 이어졌다. 이중 한국 고유의 결혼 풍습인 ‘폐백’이 있어 의미가 더해졌다. 폐백은 신부가 시댁 어른에게 절을 올리면 자식을 많이 낳으라는 의미로 대추와 밤을 던져주는 의식을 뜻한다. 

 

6월 27일 이탈리아에서 아덴 조 부부가 진행한 결혼식 모습. 아덴 조의 인스타그램 계정 ‘arden_cho’ 캡처
6월 27일 이탈리아에서 아덴 조 부부가 진행한 결혼식 모습. 아덴 조의 인스타그램 계정 ‘arden_cho’ 캡처

이번 예식이 완벽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예식 직전 수하물 분실, 항공편 지연, 기록적인 폭염으로 적지 않은 난항을 겪기도 했다. 자칫 결혼식을 망쳤다는 상황에도 아덴 조의 대처는 한국식 정서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지난 1일 미국 패션 매체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는 ‘액땜했다’는 속담이 있다. 작은 고난이 더 큰 불행을 막아준다는 뜻이다”라며 “우리의 결혼식 주말을 바로 그렇게 기억하기로 했다”고 말해 상황을 유연하게 넘겼다. 

 

아덴 조는 텍사스 주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 2세이다. 부모는 아덴 조가 태어나기 2년 전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갔으며 태권도장을 운영했다. 그러나 어린 시절 거의 유일한 유색인종이었던 아덴 조는 인종차별을 자주 당했다. 그는 열한살 때 멍이 들 정도로 자주 맞았다. 버스에 밀려 떨어져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었다. 

 

미국에서 환영받지 못했던 아덴 조는 한국에서도 좌절을 겪었다. 과거 미국 사회는 푸른 눈과 금발 머리를 이상적인 외모라 여겼다. 그는 이에 반발하는 마음으로 2004년 미스코리아 시카고 대회에 장난삼아 출전하고 우승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 연예계 진출 기회를 얻었지만, 체중 감량과 성형수술이 조건이었다. 이를 거절한 아덴 조는 이후로 긴 방황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미국과 한국, 그 어디에도 완벽히 섞이지 못했던 아덴 조의 고뇌는 영화 ‘케이팝데몬헌터스’의 루미 역을 녹여내는 자산이 됐다. ‘케이팝데몬헌터스’는 악귀로부터 세상을 구해야만 하는 케이팝 여성 3인조의 여정을 그린 영화이다. 그중 아덴 조가 연기한 루미는 반은 인간이고 반은 악령인 인물로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갈등하고 결국 이를 수용해 아덴 조와 비슷한 배경을 지니고 있다. 

 

아덴 조는 자신이 연기한 ‘케이팝데몬헌터스’가 한국계 아이들에게 한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안겨줘 특별했다고 회고했다. 이를 위해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루미를 연기하고 작품 속 세세한 부분에서 한국 문화를 살리고자 노력했다. 영화에서 한국어를 섞어서 사용하고 ‘라멘’ 대신 ‘라면’이라고 발음하는 등 작은 디테일들을 챙겼다. 극중 아이돌 그룹 ‘헌트릭스’의 리더인 루미가 멤버들을 챙기는 모습에도 한국 특유의 ‘정’ 문화를 살리려고 했다.  

 

6월 11일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월드컵 A조 조별리그 멕시코-남아프리카공화국 경기 개막식에서 가수 이재가 선보인 축하 공연. 멕시코시티=AP연합뉴스
6월 11일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월드컵 A조 조별리그 멕시코-남아프리카공화국 경기 개막식에서 가수 이재가 선보인 축하 공연. 멕시코시티=AP연합뉴스

 

◆ ‘영원히 깨질 수 없는’ K-POP을 향한 이재의 진심

 

‘케이팝데몬헌터스’에서 루미의 노래 목소리를 맡은 이재 역시 한국을 아끼는 인물이다. 서울 태생인 이재는 생후 6개월부터 미국에서 자라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한국으로 역이민을 선택했다. 이후 성인이 되기까지 한국에 있었다. 

 

어릴 적부터 K팝은 이재의 전부였다. 이재는 4 때 나온 H.O.T의 ‘캔디’와 그룹 신화를 좋아했고 자연스럽게 가수를 꿈꾸게 됐다. 2003년에는 SM엔터테이먼트에 입사해 무려 12년간 연습생 생활을 했다. 다만 소속사가 추구하는 아이돌상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결국 데뷔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퇴사했다. 이후에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못한 그는 K팝이 아닌 다른 장르에 도전하고자 작곡가의 길을 선택했다. 

 

이재는 작곡가로 변신해 커리어를 쌓아갔다. 레드벨벳의 ‘Psycho’(2019), 에스파의 ‘아마겟돈’(2024) 등 히트곡의 작곡에 참여하며 작곡가로서 인지도를 높였다. 마침내 2025년 ‘케이팝데몬헌터스’의 OST인 ‘Golden’과 ‘Your Idol’이 기념비적인 흥행을 기록한다. 특히 이 곡들은 이재가 루미 역의 노래 목소리를 담당한 만큼 그가 작곡을 넘어 보컬로서의 압도적인 역량까지 세상에 증명하는 계기가 됐다. 

 

이재가 ‘케이팝데몬헌터스’를 통해 선보인 곡에서는 K팝을 향한 그의 깊은 애정을 엿볼 수 있다. 한국 문화를 담아내기 위해 곡 제작에 참여했으며 이를 위해 한국어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도록 후렴구에 ‘영원히 깨질 수 없는’이라는 한국어 가사를 배치했다. K팝이라면 한국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한국어를 향한 그의 진정성은 다시 한번 드러났다. 이재는 6월 11일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식에서도 한국어 가사가 들어간 무대를 선보였다. 이날 이재는 월드컵 공식 주제가 ‘DNA’를 이탈리아 테너 겸 팝페라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와 함께 선보였다. 특히 이재가 직접 작사한 곡 후반부의 ‘또 넘어져도 나 다시 일어나’라는 가사는 큰 화제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