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역에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프랑스와 스페인 양국에서 발생한 초과 사망자가 3000명을 넘어섰다. 사실상의 재난 상황으로 인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사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마저 일부 구간을 단축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스페인서 초과 사망자 3,000명 넘어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40도를 웃도는 이례적인 폭염으로 인해 유럽 현지에서 3000명이 넘는 ‘초과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초과 사망’은 전염병이나 자연재해 등 특이 원인으로 인해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 발생한 사망을 뜻하며, 위기 상황이 보건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스테파니 리스트 프랑스 보건복지부 장관은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지난달 극심한 폭염 기간에 총 2025명의 초과 사망자가 기록됐다”며 “이는 최종 집계가 아니며 향후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 역시 스페인의 폭염 관련 초과 사망자가 1029명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2003년 사망자 수(1만 5000명)를 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파리 병원 관계자는 “수년에 걸쳐 폭염 대비 시스템이 많이 개선되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전했다.
◆ 유럽 뒤덮은 ‘오메가 열돔’…낮은 에어컨 보급률에 사재기 기승
이번 폭염은 북아프리카에서 유입된 뜨거운 공기가 유럽 상공에 정체되면서 발생했다. 고기압과 그 양옆을 가로막은 저기압의 형태가 그리스 문자 오메가(Ω)를 닮았다고 하여 오메가 열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로 인해 유럽 곳곳에서 기상 관측 이래 최고 기온이 경신됐다. 지난달 24일 프랑스 파리의 기온은 40.9도까지 치솟으며 6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햄프셔 역시 36.1도를 기록해 1957년과 1976년에 세워진 기존 최고 기록(35.6도)을 약 50년 만에 갈아치웠다. 벨기에 또한 1833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더운 6월 24일로 기록됐다.
폭염이 절정에 달하자 프랑스 등지에서는 냉방기기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유럽의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은 약 20%에 불과해, 이 같은 기록적인 폭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 2026 투르 드 프랑스 운영에도 ‘비상’
폭염 여파는 스포츠계에도 미쳤다. 오는 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하는 2026 투르 드 프랑스 대회를 앞두고 주최 측은 코스 단축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 관계자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폭염 상황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과거에도 더위 속에서 경기를 치른 적은 있지만, 올해는 이미 5~6월부터 기록적인 폭염을 겪었기 때문에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1903년 시작된 투르 드 프랑스는 그간 전쟁, 파업, 전염병 등으로 차질을 빚은 적은 있으나, 폭염 때문에 경기 구간이 취소되거나 단축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올해 대회는 역사상 처음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출발해 7월 말까지 스페인과 프랑스 전역을 도는 일정으로 예정되어 있으나 전례 없는 기후 재난으로 운영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